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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의 왕

아티 쇼 1910.5.23 - 2004.12.30

by 황세헌

클라리넷은 빅밴드 시대의 주요 악기였다. 아티 쇼(Artie Shaw)는 밴드 리더이자 클라리넷 주자로서 일세를 풍미한 인물이다. 베니 굿맨이 '스윙의 왕'이었다면, 아티 쇼는 '클라리넷의 왕'이었다. 그가 이끌던 밴드의 전성기는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초반까지 지속됐다. 콜 포터가 작곡한 <Begin the Beguine> 역시 그 시기에 발표된 아티 쇼 악단의 대표곡이다. 그야말로 살살 녹는 클라리넷 연주가 일품이다. 이 곡은 훗날 엘라 핏츠제랄드의 '송 북' 시리즈에도 실렸으며, 수많은 재즈가수들의 레퍼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그의 악단에 재적했다가 음반회사의 성화에 못이겨 쫓겨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백인으로만 구성된 아티 쇼 악단은 흑인 여성가수를 고용한 최초의 빅밴드였다. 그때가 1938년이었으니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흑백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기였다.


ArtieShaw-1024x576.jpg Michael Ochs Archives/Stringe (Getty Image)


아티 쇼는 50년대 중반 음악계를 은퇴하고 TV와 스크린에서 배우로 줄곧 활약했다. 러시아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던 그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로 숱한 염문을 뿌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록에 의하면 여덟번 결혼했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1910년생인 그가 21세기까지 살아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부디 하늘에서도 솜사탕 같은 클라리넷으로 뭇 여성들을 맘껏 홀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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