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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09. 2023

시대를 앞선 펑크 전사

베티 데이비스 1945.7.26 - 2022.2.9

  운영했던 가게를 열고 얼마 안 되어 베티 데이비스(Betty Davis)의 레코드를 구입했다. 마침 옛 스타들의 LP 재발매 붐이 한창인 덕에 평소 갖고 싶었던 음반들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70년대의 ‘펑크 디바’였다. 1974년 앨범 ‘They Say I'm Different’의 재킷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은 한 눈에 봐도 관능적인 여전사의 이미지였다. 앨범의 타이틀 곡과 <Shoo-B-Doop and Cop Him>은 가게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Photo: Gilles Petard/Redferns

  

베티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잠깐의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일스의 1969년 앨범 ‘Filles de Kilimanjaro’의 재킷에 실린 여성의 얼굴이 바로 베티 데이비스다. 그녀는 베티 마브리(Betty Mabry)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지만 마일스와 결혼하며 데이비스로 바꾸었고 이혼 후에도 성을 유지했다. 영화배우 베티 데이비스와는 철자가 다르다. 팝 가수 킴 칸즈(Kim Carnes)의 <Bette Davis Eyes>는 영화배우 베티를 모델로 한 곡이다.


  그녀는 모델로 데뷔했지만 지미 헨드릭스와도 교분을 쌓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능동적인 여성상을 드러내며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밀리 잭슨(Millie Jackson)은 물론 후대의 마시 그레이(Macy Gray), 비욘세 등에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프린스 같은 남성 뮤지션조차도 그녀의 스타일과 정체성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만든 여러 곡들의 노랫말에는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문제의식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센 언니’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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