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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10. 2023

서정 미학의 탄생

라일 메이즈 1953.11.27 – 2020.2.10

  빈 자리가 늘 아쉬운 사람이 있다. 라일 메이즈(Lyle Mays)는 팻 메스니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어느 시점 이후 팻의 신보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까닭도 거기에 있던 것 같다. 물론 팻 메스니는 그 자체로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라일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는 한, 못내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아마도 그건 지난 세기에 ECM과 게펜 레이블에서 이룬 업적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시절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다. 1995년, 두 사람이 동행했던 첫 번째 내한 공연의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의 죽음으로 둘이 함께 공연하는 모습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MICHEL DELSOL/GETTY IMAGES


  그는 ‘팻 메스니 그룹’의 일원으로 출발했지만 그룹 내에서의 지분은 팻과 대등했다. 팻이 ‘그룹장’의 위치에서 밴드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라일은 팻의 우호지분이자 의사결정의 협력자였다. 라일과 팻이 공동 작곡한 곡들을 들으면 그들이 매우 닮았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기타와 건반이 나란히 서있을 때 비로소 각자의 존재감과 미세한 차이점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이는 마치 스틸리 댄의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an)과 월터 베커(Walter Becker)가 상대를 채근하며 완벽을 향해 달려갔던 팀워크를 보는 것과 같다.


  라일과 팻은 서로 마주봄과 포개짐을 반복한 채 각자가 꼭 있어야할 지점에 정확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재즈 퓨전의 서정 미학은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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