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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10. 2023

해체와 조립의 천재

제이 딜라 1974.2.7 – 2006.2.10

  90년대 중반부터 탐독했던 CMJ라는 음악잡지가 있다. 매호마다 부록으로 CD 끼워줬는데 이따금 힙합 뮤지션들의 신곡도 담겼다. 그중 파사이드(The Pharcyde) <Runnin’> 거기 있었다. 그것이 제이 딜라(J. Dilla)와의  만남이다. 그는  곡의 프로듀서였다. <Runnin’> 같은 앨범의 <Drop>, 그리고 <Passin’ Me By> 함께 파사이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후 그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자주 등장했고 천재적인 비트 메이킹은 늘 경탄을 자아낼 만했다. 기민하고 예민한 그의 손과 귀를 거쳐간 수많은 샘플링의 재료들은 쪼개지고 늘어나고 다시 붙여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했다. 물론 그것이 힙합이라는 장르의 본령이긴 하나 제이 딜라만큼 번뜩이는 감각으로 섬세하게 비트를 재구성한 뮤지션은 드물었다. 그는 게걸스러운 감식가이자 부지런한 창조주였다. 그에게 모든 소리는 콜라주를 위한 재료였다. 그건 마치 들뢰즈가 고대 플라톤부터 현대까지 내려온 철학사를 재료로 삼아 콜라주의 형식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던 작업과도 같다. 제이 딜라 역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가 죽기직전까지 매달리며 완성해낸 유작 앨범 ‘Donuts’은 그 점을 극적으로 입증해낸 작품이다. 그는 동료들과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를 얻어내는데도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2003년, 매들립(Madlib)과 함께한 ‘JAYLIB’ 프로젝트는 당시 두 프로듀서간 대형 이벤트였다. 역시나 특유의 그루브와 기상천외한 사운드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Raw Shit>! 그로 인해 힙합은 ‘아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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