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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13. 2023

인간계를 넘어선 사피엔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 1929.7.18 – 2000.2.12

  짐 자무시의 영화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부랑자, 건달, 죄수, 여행자, 킬러, 버스 운전사 등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다. 제이 호킨스(Screaming Jay Hawkins)가 모텔 관리인으로 출연한 ‘미스터리 트레인’도 엘비스를 추종하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 펼치는 여행기다. 한동안 나는 그의 영화가 갖는 호흡에 매료되었다. 특히 상업영화의 관습을 빗겨가는 편집과 연출에 큰 매력을 느꼈다. 거기서 배어 나는 쓸쓸함, 소외감이 마음을 건드렸다.



  ‘천국보다 낯선’은 내 인생의 영화 중 하나다. 적막한 화면을 뚫고 울려 퍼지는 제이 호킨스의 <I Put a Spell on You>는 주인공의 황량한 정서와 일체감을 이룬다. 이 곡이 빠진 영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한동안 이 곡을 들을 때면 머리 속에서 흑백 톤의 영화화면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제이 호킨스는 1956년에 발표된 이 한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울부짖으며 포효하는 음성은 이미 인간계를 넘어선 듯했다. 더욱이 공연무대에서 연출한 독특한 퍼포먼스로 인해 이 곡은 ‘쇼크 록’의 효시가 되었다. 기괴한 무대 연출을 일삼던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와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도 그의 후예라 할 수 있다. 이 곡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다른 곡들이 상대적으로 묻히지만, 가령 <Hong Kong> 같은 곡에서도 그의 광기어린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생전에 쉰 명이 넘는 자녀들을 낳았다는 사생활 또한 예사롭지 않다. 역시나 인간계가 아님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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