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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17. 2023

기인, 혹은 거인

셀로니어스 몽크 1917.10.10 – 1982.2.17 

  직업상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종종 있다. 대개 발표를 마치고 나면 스스로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열심히 프로젝트를 준비하더라도 막상 ‘진실의 순간’에 그것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설령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더라도 영혼 없이 보여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가끔은 뛰어난 언변이 아니어도 이상하리만큼 설득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난 그럴 때마다 몽크(Thelonious Monk)를 떠올린다.


Photograph from Everett / Shutterstock


  말하는 것으로 치면 몽크의 피아노는 달변은커녕 눌변에 가깝다. 처음 그를 들었을 때는 ‘피아노를 저렇게 칠 수도 있구나’라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구사하는 코드 보이싱도 꽤 독특했다. 그 와중에 이따금 뜬금포 같은 ‘굉음’마저 터진다. 마치 방금 누가 건반에 뭘 떨어뜨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 낯섦과 어리둥절함은 기존에 알던 재즈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연주에는 납득할 만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그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자작곡과 더불어 스탠더드를 연주할 때도 딱히 어느 쪽으로 감정이 치우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일관될 정도로 감정의 중립을 향해 나아간다. 나는 그 정체모를 감정을 ‘세심한 무심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피아노 독주 앨범에서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1965년작 ‘Solo Monk’는 톰 웨이츠(Tom Waits)가 영향을 받은 앨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곡 <I’m Confessin’>을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는 여기서도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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