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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20. 2023

사이드 와인드업!

리 모건 1938.7.10 - 1972.2.19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모건을 죽였다’가 2017년 공개되었다. 늦겨울의 폭설이 내리는 밤, 애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그날의 비극은 재현된 영상으로 다시 봐도 섬뜩하다. 그때가 서른 넷의 나이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리 모건(Lee Morgan)을 살해한 여성, 헬렌은 사실 그의 오랜 동반자였다. 모건이 작곡한 <Helen’s Ritual>이라는 곡은 좋았던 시절 그의 애인을 위해 만든 곡이다. 둘의 열렬했던 사랑은 전쟁 같은 치정극으로 막을 내렸다.


Blue Note Records


  영화가 두 사람의 비극적인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그 속에서 흐르는 트럼펫 소리는 오래전 그에게 흠뻑 빠졌던 시절로 나를 안내했다. ‘The Sidewinder’ 앨범으로 그를 처음 만났던 때, <Candy>와 비틀스의 리메이크 <Yesterday>를 가게에서 듣던 추억까지. 모건의 블로잉은 거침없이 내달렸고 사운드는 더없이 선명했다. 거기에 펑키 리듬에 실린 구부러지고 꺾이는 선율 또한 흥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그의 트럼펫은 마운드에 선 야구선수를 연상케 한다. 시원스러운 와인드업 동작으로 공을 뿌려 대는 정통파 투수. 그는 강속구와 변화구에 모두 능했다. 문득 옛날 만화 주인공 독고탁의 마구 ‘드라이브 볼’이 떠오른다. 마치 ‘방울뱀’의 궤적처럼 구불구불 앞으로 나아가는, 어느 타자도 건드리지 못했던 공.


  리 모건의 연주 스타일은 어쩌면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사생활만큼은 올곧게 직진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날 밤의 비극도 거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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