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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20. 2023

영성에 이르는 선율

게리 브루커 1945.5.29 - 2022.2.19

  늦겨울에 날아온 부고소식을 듣고 새삼 느꼈다. 내가 프로콜 하럼(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지금도 나는 이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 듣고 있다. 하몬드 오르간의 전주부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멜로디가 바흐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형태상 비슷할 뿐 차용은 아니다. 사실 그래서 인간계를 넘어서는 영적인 감흥에 도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뮤직 바에 가면 언제나 이 곡을 신청해 들었다. 노래가 흐르면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도 잦아졌다. 이 곡은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오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했다. 누구의 것이라도 대부분 만족스럽다. 원곡의 멜로디가 워낙 압도적인 탓이다. 조 카커, 퍼시 슬레지의 고전적인 리메이크, 킹 커티스, 허비 만, 뉴 에이지 뮤지션 데이비드 란츠(David Lanz)의 연주 버전, 90년대의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록 밴드 딕딕(Dik Dik)의 이탈리아어 버전 <Senza Luce>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불멸의 명곡을 영접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라이(Rhye)도 이 곡을 불렀다. 한국에서는 70년대에 키 브라더스와 펄 시스터즈가 <목이 메어>라는 제목으로 번안했다. 이토록 마성의 멜로디는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오르간 주자였던 매튜 피셔(Mathew Fisher)와 게리의 저작권에 관한 법적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튜에게도 도입부와 간주 부분의 저작권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사실 그 부분이야 말로 이 곡의 매력을 결정짓는 에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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