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Feb 21. 2023

시간의 강 사이로 흐르는 인연

 클락 테리 1920.12.14 – 2014.2.21

  모던 재즈의 역사는 스타일의 경쟁과 온갖 실험이 펼쳐지는 전장과도 같았다. 기존의 것을 지켜내려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허물어버리려는 자도 있었다. 대중은 그것들에 환호하기도 했지만 때로 철저히 외면하기도 했다. 어느덧 재즈는 대중음악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빅밴드 시대에 데뷔하여 오랜 기간 현역으로 활동했던 클락 테리(Clark Terry)는 그야말로 재즈의 살아있는 화석이었다.


at the 1981 Monterey Jazz Festival : Wikipedia


  그동안 수많은 트럼펫 주자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그는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주변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며 한결 같은 연주를 유지했다. 그는 95세까지 살았다. 신체적으로, 음악적으로 스러져가는 재즈 전설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시간을 이겨냈던 것이다. 영화 ‘위플래쉬’가 개봉할 무렵, 또 다른 사제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Keep on Keeping on’이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클락 테리와 피아니스트 저스틴 코플린(Justin Kauflin)의 음악수업과 우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몇 년 앞둔 노구의 전설과 이제 막 연주자의 길로 접어든 재즈 신동의 나이차는 70년에 달한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위플래쉬’에서 나타나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다.


  지병으로 침대생활에 의존해야 하는 노인과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여러가지 상념에 잠길 즈음, 후반부에 퀸시 존스가 등장한다! 그는 영화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했으며, 십대 시절 클락 테리의 제자이기도 했다. 시간의 강은 그렇게 넓고도 깊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성에 이르는 선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