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세헌 Feb 27. 2023

헌책방에서 건져낸 유물

누자베스 1974.2.7 – 2010.2.26

  누자베스(Nujabes)는 어느 한 시절에 갑자기 왔다가 가버렸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의 깜짝 등장이었다. 한국에서도 꽤 각별한 인기를 얻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SNS가 본격화되기 전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전국적으로 유행할 때, 많은 이들이 누자베스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그 시절 누자베스는 온라인에서 소위 ‘인싸’들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재즈 힙합으로 분류되던 그의 음악은 미국의 구루(Guru), 매들립(Madlib)이 시도했던 재즈와 힙합의 결합보다 훨씬 매끈하게 정돈된 음악을 선보였다. 비록 ‘통 샘플링’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루이즈 봉파, 라우린도 알메이다 같은 브라질 기타리스트들의 유산을 발굴하여 힙합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점은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 마치 먼지 쌓인 헌책방에서 잠자고 있던 고문서들을 복원하고 현대어로 번역하여 한편의 에세이로 엮어낸 것과 같은 예술적 성취라 할 만한 것이었다. 복제의 결과물이 강렬할수록 원본의 아우라도 커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Lady Brown>, <Aruarian Dance> 같은 곡들의 ‘원본’을 구하려고 애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얼마전부터 누자베스의 LP 레코드들이 속속 재발매 되고 있는 중이다. 그를 추억하는 많은 팬들이 ‘Metaphorical Music’ 앨범의 환상적인 커버 아트를 마주하며 반가워했다. 턴테이블을 바라보며 ‘Modal Soul’ 앨범의 <Luv (Sic.) Part 3>를 듣는 느낌도 꽤 그럴싸하다. 새 천년의 문이 막 열리던 그 시절, 그의 음악이 남긴 인상은 그렇게 강렬하고 깊었다.



작가의 이전글 시대의 목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