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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27. 2023

아트록의 흥망성쇠

다닐로 루스티치 1949.6.23 – 2021.2.26

  프로그레시브 록을 아트 록이라 칭하기도 한다. 특히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밴드들에게는 이 말이 왠지 더 적절하게 들린다. 나라 별로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전통이 배어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뉴 트롤스(New Trolls)의 ‘Concerto Grosso’는 막연한 인상에 확증을 심어준 앨범이다. 아트 록에서 관현악 파트의 활용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PFM, 방코(Banco), 레 오르메(Le Orme) 같은 슈퍼 밴드들은 제각기 개성에 따라 오케스트레이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오잔나(Osanna)도 그중 하나다. 그들은 70년대 초 나폴리에서 데뷔했다. 특히 사이키델릭 록을 바탕으로 한 광기어린 플루트 연주는 영국의 제스로 툴(Jethro Tull)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다닐로 루스티치(Danilo Rustici)는 밴드의 리드 기타였다. 그 역시 기타 영웅 지미 헨드릭스에 영향을 받았으며, 기타 톤은 더 무겁고 어두웠다. 가게에서도 틀었던 몇몇 곡들이 뇌리를 스친다. 비장미가 흐르는 기타연주가 일품인 <L’uomo>, <There Will be Time>이라는 부제를 지닌 <Canzona> 등 일상적으로 듣진 않아도 이따금 추억의 책갈피처럼 눈앞에 아른거리던 곡들이다.



  아트 록은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장르였으나, 그 시절도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난해하고 현학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그나마 얼마 안되는 팬들로부터 스스로 멀어져갔다. 오잔나는 2010년 서울에 왔다. 지역문화센터에서의 소규모 공연을 씁쓸한 심정으로 지켜본 기억이 난다. 다닐로는 오래전 밴드를 탈퇴한 뒤라 그날 공연에서 볼 수 없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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