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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02. 2023

프렌치 팝의 탄생

세르주 갱스부르 1928.4.2 – 1991.3.2

  장례식이 열린 날,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우리의 보들레르, 우리의 아폴리네르”라는 이례적인 찬사로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를 추도했다. 그의 노랫말은 때로 외설적이라 할 만치 노골적이었으며 동시에 회화적이었다. 술과 담배, 에로티시즘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탄생한 갱스부르의 곡들은 파리의 ‘미라보 다리’ 아래에서 피어난 ‘악의 꽃’이었다.



  그는 괴짜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재즈와 로큰롤은 물론 레게, 일렉트로닉의 요소까지 수용함으로써 이전 세대의 음악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샹송과의 의도적인 거리두기였고, 프렌치 팝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리는 선언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여성이 있었다. 때로 ‘나쁜 남자’를 넘어 ‘나쁜 어른’의 이미지까지 얻기도 했지만 음악적 성공은 그것들을 상쇄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프랑스 갈, 브리짓 바르도, 이자벨 아자니가 그와 함께 작업했으며 그 중심에는 제인 버킨(Jane Birkin)과 이뤄낸 예술적 성취와 사랑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버킨과의 듀엣 곡을 계기로 갱스부르를 처음 접했다. <Je T’aime>도 물론 좋지만,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준 곡은 <La Decadence>였다. 이 곡은 정규 앨범엔 수록되지 않고 7인치 싱글로만 발매되었다. 나는 곡명의 철자를 약간 바꿔서 PC통신 시절부터 현재까지 각종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데카당스적인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아니, 그렇게 살지 못했다. 어떤 명칭이나 구호에는 그렇게 되지 못한 아쉬움이 슬며시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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