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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03. 2023

쓰기만 했던 초콜릿

토미 페이지 1970.3.24 – 2017.3.3

  부고 소식을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음반 라이브러리를 찾아보니 앨범이 있었다. 오래전 가족 중 한 명이 구입한 국내 라이선스 LP였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는 기분으로 그날 밤 가게에서 토미 페이지(Tommy Page)의 로맨틱한 발라드 송을 틀었다.



  솔직히 나는 토미 페이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90년대 초 라디오는 물론 카페, 술집 등에서 매일 같이 <I’ll Be Your Everything>이 흘러나왔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이나. 이 곡은 세상을 한 스푼 더 낭만적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었다. 당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돌아보면 편견과 아집으로 가득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그의 달콤한 발라드에 열광했다. 너무 단 맛은 때로 쓴 맛으로 이어진다. 나에겐 쓰디쓴 맛이었다. 어느 날 그는 한국에서 초콜릿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해외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트렌드가 부상하던 시절이었다. 홍콩 스타 장국영과 유덕화가 먼저 초콜릿 광고를 찍은 직후였다.


  그는 아시아에서 유독 인기가 높았다. 엽천문과 듀엣 곡을 불렀고 가수 하수빈에게 자작곡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세세한 소식들이 애써 듣지 않으려 해도 귀에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뉴스는 그의 죽음이었다. 히트곡 하나를 더 들었다. <A Shoulder to Cry On>도 전파를 많이 탔던 곡이다. 여전히 달콤하고,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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