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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06. 2023

위장된 축복

발레리 카터 1953.2.5 – 2017.3.4

  발레리 카터(Valerie Carter)는 70년대부터 여러 싱어송라이터들의 백보컬로 줄곧 활동해오면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앨범의 ‘신 스틸러’였다. 그런 가운데 잭슨 브라운, 린다 론스타드, 리틀 피트(Little Feat)의 로웰 조지(Lowell George) 등과 친분을 쌓았으며 특히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는 각별한 우정을 유지했다.



  이들의 응원과 자발적인 지원으로 발레리는 1977년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Ooh Child>는 지금까지도 애청되는 곡이다. 리메이크 곡임에도 사람들은 이 버전을 더 기억한다. 이듬해 한 장의 앨범을 더 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발레리가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는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다. 한물간 왕년의 가수를 받아준 곳은 일본의 포니 캐년 레이블이었다. 1994년의 도쿄 라이브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만들어진 ‘The Way It Is’으로 그녀는 오랜만에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톰 웨이츠(Tom Waits)를 리메이크한 <Whistle Down the Wind>는 놀라운 호소력으로 원곡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일본 발매 버전에만 실린 <Blessing In Disguise>도 깊은 울림을 주는 곡이다. 제목 그대로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은 종교적 믿음을 떠나 곱씹어 볼수록 위로가 되는 관용어다. 고난의 한가운데서 품는 전화위복의 희망은 때로 현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발레리는 음악의 힘으로 그것을 웅변했다. 당시 나이 마흔을 넘긴 무렵이었다. 가녀린 가운데에도 굳은 심지가 담긴 그 목소리는 전성기 때보다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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