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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06. 2023

쾌속정에 올라탄 블루스

앨빈 리 1944.12.19 – 2013.3.6

  블루스 록에서 하드 록으로 진화하는 길목에 텐 이어스 애프터(Ten Years After)가 있었다. 앨빈 리(Alvin Lee)는 밴드의 보컬과 기타리스트였다. 운영했던 가게에서는 그들의 히트곡 <I’d Love to Change the World>를 많이 틀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블루스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Good Morning Little School Girl>이다. 



  이 곡은 1973년 라이브 앨범에 실린 버전이 더 좋다. 여기서 그는 블루지한 감성 속에서도 거침없는 속주를 선보였다. 그 속도감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그루브는 여타 기타리스트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곡보다 격정적이고 창의적인 다른 버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 라이브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밴드가 결성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밴드가 해체되고 그는 비교적 활발히 솔로 활동을 이어갔으나 이전만큼 주목을 끌진 못했다. 90년대에 <The Bluest Blues> 같은 명곡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평작에 그쳤다. 그러다 꽤 괜찮은 앨범이 한 장 발표된다. 벌써 2012년이었다. 앨범 제목은 앞부분에 ‘Still’을 추가함으로써 1975년에 발표된 ‘On the Road to Freedom’의 속편임을 짐작케 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곧 닥쳐올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이틀 곡을 들으면 여전히 그의 몸 안에 흐르는 블루스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듬해 그가 사망함으로써 이 앨범은 유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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