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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그림 Jul 17. 2023

엄마의 그림일기 24

내가 만난 제주 할망들

70년간 해녀를 했던 제주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정신이 가물하면서도 가끔씩 물질하는 꿈을 꾸곤 한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시던 할머니는 92세였다.


제주 서귀포 바닷가 할망들은 내가 봐온 육지 할머니들과는 사뭇 많이 달랐다.(할망이 막말 같지만 그냥 할머니의 제주 방언이다.)

일단 낮에 집에서 가만히 계시는 분이 없다.

독립심이 강한 제주 할망들은 몸이 성하면 이웃집 미깡밭이나 야채밭에서 품앗이 일을 하거나 하다못해 그물에 끼워둔 낚싯바늘을 빼는 일을 한다.

비가 오면 집에서 쉬겠거니?

비가오면 병원에 가서 여기저기 쑤시는곳을 고치러 가신다.

거의 대부분 90세가 되어도 전설의 고향에서 나올법한 100년 가까이 되는 집에서 홀로 사신다.

그리고, 겨울이면 난방 없이 찌그러진 쪼그만 방은 전기장판 하나로 좁아진다.

어쩌다 아들내외와 함께 살아도 냉장고를 며느리 냉장고 내 냉장고 하며 구분해서 쓴다ㆍ밥도 따로 직접 차려 드신다.

떡 한 조각을 드려도 기어코 갚아내고야 마는 독특한 제주 할머니들이다.

20년 전 제주에 왔을 때도 다시 10년 전 제주에 왔을 때도 난 제주할망들의 고집스런 정신세계가  멋지게 느껴진다.

외국어에 가까운 언어로 왁왁 외며 화난 듯이 소리쳐도 놀라지 말라.

그분들의 따뜻한 속정은 깊은 제주 바다만큼이나 깨끗하고 깊으니까 ᆢ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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