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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토론] 10년 근속, 축하받을 일인가?

작가 실종 - 긴급 대체 편성

by 레잇 블루머



사회자: 김 중립

찬성 측: 박 버티기 (현직 10년 근속자, 포상금 500만 원 받고 감격)

반대 측: 나 유능 (현직 5년 차, 퇴사를 꿈꾸는 자)



사회자: 김 중립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사실 오늘은 다른 주제의 글이 나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만…

작가가 ‘창작의 숲’에서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백업 글이 있었기에,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 그래서 오늘의 긴급 토론 주제는 ‘10년 근속, 축하받을 일인가?’입니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다녔다는 것이 성취인가, 아니면 변화하지 못한 결과인가?

양측의 열띤 토론 기대하겠습니다."


찬성 측: 박 버티기

"당연히 축하받아야죠! 요즘 같은 시대에 10년을 다녔다?

이건 충성심과 생존력의 증거입니다!

무려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았어요.

10년 근속 포상금 500만 원이나 받고, 금배지도 받았습니다.

이게 안 대단하면 대체 뭐가 대단한 겁니까?"


반대 측: 나 유능

"와… 금배지요?

혹시 그 금, 진짜 금 맞습니까?

순도 99.9%? 아니면 도금?"


찬성 측: 박 버티기

"……."


반대 측: 나 유능

"그리고 500만 원이요?

그럼 10년 동안 1년에 50만 원씩 받은 거네요?"


찬성 측: 박 버티기

"……."


사회자:

"음… 계산해 보니 좀 애매하긴 하네요?"


반대 측: 나 유능

"아무튼, 저는 이 10년 근속이라는 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장’이 아니라 ‘정체’라고 봅니다.

요즘 평균 이직 주기가 3~5년인데, 10년을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해 볼까요?

회사에서 ‘핵심 인재’라면, 10년 전에 승진했어야죠!"


찬성 측: 박 버티기

"승진을 못 했다고 10년이 의미 없다는 겁니까?

제가 사직서를 몇 번이나 가슴속에 품었는지 아십니까?

저도 이 회사를 나가기만 하면 대박 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뭔가… 그냥 버텨졌어요."


사회자:

"음… 그러니까 ‘나갈 타이밍을 놓쳐서 버틴 거다’라는 말씀이시군요?"


찬성 측: 박 버티기

"아뇨, 버틴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버티게 된 거죠."


반대 측: 나 유능

"그럼 인정하시는 거네요.

10년 근속이 자랑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머물다가 보니 그냥 지나간 시간’이었다는 것을!"


찬성 측: 박 버티기

"아니, 근데 그렇게까지 말하면 제가 좀 서운하지 않습니까?"


사회자:

"자자, 너무 감정적으로 가지 마시고요.

그렇다면, 10년을 다닌 사람과 중간에 이직한 사람이 받는 연봉 차이는 어떨까요?"


반대 측: 나 유능

"이거야말로 빼박이죠.

보통 이직할 때마다 10~20% 연봉이 오르거든요.

그러면 같은 연차라도 두세 번 이직한 사람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죠."


찬성 측: 박 버티기

"하지만!

회사에서 10년을 다니면 안정적인 연봉 상승이 있습니다!

매년 2%씩 오른다면, 10년이면… 20% 인상!

이직 안 해도 됩니다!"


반대 측: 나 유능

"그걸 계산이라고 하신 겁니까…?"


(사회자와 방청객 폭소)


찬성 측: 박 버티기

"아니, 근데 가만 보니까 당신은 퇴사하면 갈 곳이라도 있습니까?"


반대 측: 나 유능

"찾아보면 있겠죠!"


찬성 측: 박 버티기

"그럼 저도 데려가는 건 어떻습니까?"


반대 측: 나 유능

"뭐라고요?"


사회자:

"자, 논점 흐리지 마시고요.

좋습니다. 10년까지는 다닐 수 있다고 칩시다.

상금도 500만 원이나 되니까요.

그럼 그 후에는요? 계속 근속입니까?

그러다가 원하지 않는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찬성 측: 박 버티기

"저도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10년 동안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생활비도 아끼고, 보너스도 저축하고,

그렇게 해서 종잣돈을 만들었어요.

이미 주식 투자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요!"


반대 측: 나 유능

"아! 진짜요? 어디 주식이에요?

저도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찬성 측: 박 버티기

"비밀입니다."


반대 측: 나 유능

"뭐야, 이거!

10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혼자 몰래 돈 모았다는 거예요?"


찬성 측: 박 버티기

"그래도 제법 불려놨죠.

퇴직하면 이걸로 부업하면서 살면 되니까 걱정 없어요!"


반대 측: 나 유능

"그럼 지금 퇴사하시겠습니까?"


찬성 측: 박 버티기

"아니요."


반대 측: 나 유능

"……."


사회자:

"음… 역시 500만 원 받고 나가기엔 좀 그렇죠?"


찬성 측: 박 버티기

"가긴 어딜 갑니까? 주식에 넣어야지."


반대 측: 나 유능

"저도 주식 정보방에 들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회비만 날리고 있다고요."


찬성 측: 박 버티기

"음… 그럼 한 가지만 알려드리죠..."


반대 측: 나 유능

"오, 감사합니다!"


사회자:

"자자, 이제 곧 사장님께서 복귀하신답니다.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해요.


나 유능 씨, 퇴사하시겠습니까?

버티기 씨, 계속 다니실 건가요?"


(갑자기 손을 든 방청객 등장!)


사회자:

"아, 지금 한 방청객 사우께서 말씀하실 게 있다고 합니다.

마이크를 넘겨보죠."


방청객: 방 방청 (마케팅팀 대리)

"네, 저는 마케팅팀의 방 방청이라고 합니다.

제가 두 분의 얘기를 쭉 들어보니까요.

둘 다 일리가 있어요.

어떤 선택이든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자:

"오, 합리적인 의견이군요."


방청객: 방 방청 (마케팅팀 대리)

"하지만, 두 분께서 놓치고 계신 게 있어서 이렇게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지금 계속 근속이냐, 이직이냐를 놓고 말씀하시는데요.


창업은 어떻습니까?"


(토론장에 정적이 흐름...)


방청객: 방 방청 (마케팅팀 대리)

"제가 안 그래도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하나 차리려고 준비 중인데요,

사람이 좀 필요하거든요.

두 분 다 회사에서 이렇게 논리적이고 토론도 잘하시는데,

차라리 같이 창업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사회자:

"오… 예상치 못한 흐름인데요?

자, 두 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찬성 측: 박 버티기

"창업… 음… 혹시 월급은 주시나요?"


방청객: 방 방청 (마케팅팀 대리)

"초기에는 힘들겠지만, 나중에 잘 되면 배당금도 받을 수 있죠!"


반대 측: 나 유능

"배당금이요?

그럼 주식 정보방보다 낫겠는데요?"


사회자:

"자, 시간이 없습니다!

사장님이 곧 복귀하신답니다!

이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해요.


나 유능 씨, 퇴사하시겠습니까?!

박 버티기 씨, 계속 근속하시겠습니까?!"


박 버티기:

"아니, 그게… 저는 사실…"


나 유능:

"잠깐만요, 저도 생각할 시간이…"


(쾅!)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장님 등장)


사장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다들 자리로 안 가고?"


사회자:

"앗, 사장님! 그게… 저희는 단순한 토론을…!"


사장님:

"회의 다 끝났으면 빨리 업무 복귀해!"



(모두 황급히 자리로 돌아감. 토론 종료. 하지만 박 버티기와 나 유능은 방 방청과 뭔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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