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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나이 먹었다! 대신 인생 한 바퀴 더 돌았다!

패자 부활전을 시작합니다

by 레잇 블루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면,

이런 생각이 불쑥 불쑥 떠오른다.


“그래, 나 나이 먹었다!

대신 인생 한 바퀴 더 돌았다!”


40대 중반.

내 이력서엔 20년 직장생활이 있고,

창업 실패도 있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려는 몸부림도 있다.


하지만 구인 공고를 보며 느낀다.

나는 이미 누군가의 조건표에서 탈락한 사람이다.

자격요건도 갖췄고, 책임감도 있고, 근속도 자신 있다.

그런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

한 통도. 단 한 곳도.


젊다는 건 무기다.

하지만 산다는 건 속도보다 방향이다.

나는 이미 ‘속도 게임’에서 밀려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깊이의 게임’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더 많은 실패를 겪고,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더 깊게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누군가가 만든 조건표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걸어온 길에 맞는 기회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아무도 뽑아주지 않으면

그냥 내가 나를 채용할 것이다.


내가 만든 작은 도장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내 이름으로 일하기로 했다.


물론 불안은 있다.

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속도에 목매고 인정받기 위해 애쓸 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답다.


이제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나를 깎아내리는 대신,

나라는 사람을 더 정확히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나는 나이 든 구직자가 아니라,

인생을 한 바퀴 더 돈 창작자다.


지금 나는 다시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하루하루 나만의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자책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인스타에 콘텐츠를 올린다.

온 종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콘텐츠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것이 나의 이력서에 적히지는 않겠지만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매일 '나'를 살아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 나이에 뭘 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부터가 내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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