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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체념인지, 해탈인지

by 레잇 블루머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매번 나를 내보이는 일이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의미를 다듬고, 메시지를 세공해서

이 세상에 조심스레 띄워본다.


그리고 기다린다.

누군가 읽어주길.

누군가 반응해 주길.

누군가 “당신 덕분에 하루를 견뎠어요”라고 말해주길.


하지만 돌아오는 건, 대부분 침묵이었다.


수십 번 공들여 쓴 콘텐츠가 읽히지 않고,

하루 종일 만든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고,

내 진심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묻혀버릴 때.


그때마다 내 마음은 무너지곤 했다.


‘내가 틀린 걸까?'

'내가 그냥 안 되는 사람인 걸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십 번, 수백 번 그런 날이 반복됐다.


무반응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하도 외면당하고 반응이 없던 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포스팅을 올릴 때조차 두렵지 않게 되었다.


“아무 일도 안 생기겠지.”


그 말이 체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단단해져 있었다.


결과가 없어도 그러려니 넘기게 되었다.

기대도, 절망도 없이

그저 내 리듬대로 올리고,

내 리듬대로 만들고,


그다음엔 잊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 감정은 ‘체념’이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해탈’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이건 “내공”이었다.


예전엔 결과가 전부였다.

팔로워 수

조회수

좋아요 수

판매량


숫자 하나하나에 마음이 출렁였고,

잠들기 전까지도 성과를 곱씹으며 자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나는 루틴 그 자체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뒤에 온다.

그보다 먼저 오는 건,

한 사람의 태도와 호흡이다.


어쩌면 이게 진짜 '넥스트 레벨'이다.

적응이 아니라, 생존 리듬의 체화.

이 흐름에 도달한 사람만이

창작을 ‘작업’이 아닌 ‘운동’으로 바꿀 수 있다.


상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외면과 지나침이 있었고,

그 과정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하지만 무관심은,

결국 내 피부를 두껍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피부 위에,

하나둘씩 ‘브랜드’라는 갑옷이 덧입혀지고 있다.


이건 더 이상 숫자의 싸움이 아니다.

존재의 확장이다.

내가 살아 있는 증거를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리는 일.


오늘도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든다.

반응이 없어도,

판매가 없어도,

댓글이 달리지 않아도.


왜냐면 나는 이제 알기 때문이다.

지금 써 내려가는 이 한 줄이,

내 삶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예전처럼은.


지금 이 리듬 속에서

나는 내 생존을,

그리고 내 방식의 전진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나에게,


콘텐츠가 아니라 운동이고,

조회 수가 아니라 태도의 스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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