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받아쓰기
네모칸이 그려진 누런색 종이를 받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연필 쥔 손에서 땀이 난다.
며칠째 저녁마다 은수언니한테 무시당하고 야단맞으며 연습한 그 받아쓰기 시간이다.
종이는 얇고 연필은 거칠어서 자칫 종이가 찢어질까 조심스럽다.
성수는 선생님께서 두 번씩 불러주시는 낱말을 잘 듣고 한글자씩 받아서 적는다.
‘꽃’ 자가 어려웠는데 땅바닥에서 세면봉투에다 여러번 연습해서 이제 헷갈리지 않는다.
힐끔 순진이를 보았다.
지우개가 없는지 침을 발라 지운다는 것이 종이가 찢어져 버렸다.
성수는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손만 뻗어 아끼는 지우개를 순진이에게 건네주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 여러분. 내일부터는 나머지 공부를 시작해야 하니 나머지 공부할 사람 그리고 도와줄 사람 모두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야 해요.”
칠판 한구석에 이름이 적혔다.
순진이는 나머지 공부에, 성수는 도와줄 사람에.
그림을 잘 그려서 작품이 교실 뒤편 게시판에 떡 하니 붙었을 때 만큼이나 우쭐하다.
글씨를 그림처럼 잘 쓴다고 전체 아이들 앞에서 칭찬받았을 때도 이렇게 들뜨지는 않았었다.
미숙이 영자와 고무줄 놀이를 조금만 하고 꾀 그만 부리고 저녁마다 은수언니와 공부를 해야겠다 다짐을 한다.
엄마는 아침부터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양은 도시락 두 개를 싸신다.
“딸들이 어쩐다고? 흥. 열아들 안부럽네. 우리 은수, 우리 성수. 공부잘해서 새끼 선생님한다는데 도시락 열 개라도 싸야지.”
내리 딸만 셋을 낳고 설움에 움츠렸던 엄마는 두 딸이 학교에서 인정받고 공부잘하니 한껏 기가 산다.
성수가 도와줄 친구는 순진이다.
선생님께서 책에 밑줄그어 주신 낱말을 성수가 먼저 읽어주고 순진이가 따라 읽는다.
여러 번 읽어서 순진이가 혼자 읽을 수 있으면 공책에 써보게 하고 맞게 쓰는지 선생님처럼 가르쳐 주면 된다.
순진이는 잘 따라읽다가 혼자 읽으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성수의 눈치만 살핀다.
‘다리’를 읽어주고 순진이도 곧잘 따라 읽었다.
변소에 다녀온 순진이에게 성수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읽어보라고 눈짓을 한다.
순진이는 자기 다리를 한번 내려다보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자기 자신있게 외친다.
“종아리.”
‘머리’를 그렇게나 여러 번 읽고 따라 하고 가르쳤는데 쉬는 시간에 오징어놀이를 하고 들어온 순진이의 대답은 기가 찬다.
“대갈?”
성수가 기가막히다는 듯 빤히 쳐다보자 순진이는 다시 읽는다.
“대가리”
성수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가로 긋자 이제야 알겠다며 자신있는 소리로 외친다.
“아, 대갈통.”
가겟집 아들 순진이가 가끔 건빵을 나눠주니 쌀쌀맞게 야단도 못치고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