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성수

17화 말랭이들의 가을 춤사위

by 왕눈이 누님

오남매의 집에 가을이 무르익으면 장독대, 지붕 위, 처마밑, 구석구석

볕이 잘 드는 곳은 온통 말랭이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처마 밑에선 늙은 호박고지와 곶감, 무청시래기가 한들거리고,

장독대, 지붕 위에선 무말랭이와 가지말랭이가 춤을 춘다.


마당 한가운데 고구마 줄기 멍석까지 펼쳐지면 오남매의 집은 알록달록 말랭이들이 가을 춤사위를 펼친다.


떡시루에 멥쌀가루, 호박고지, 곶감, 무채 설렁설렁 섞어 시루떡이라도 찌는 날이면 오남매의 코는 벌써부터 발름발름 수십번 부엌을 기웃거린다.


엄마는 김이 펄펄 나는 시루에서 연신 찬물에 손을 담가가며 크게 한덩이 뚝 떼어낸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양은 밥상앞에 둘러앉은 오남매는 색이 고운 시루떡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호호 손을 불며 가을을 먹는다.


무청시래기를 삶는 날은 그 구수한 냄새가 외양간 소의 코까지 벌름거리게 하고,


미지근한 물에 흠뻑 불려 조물조물 무쳐낸 가지말랭이와 무말랭이, 고구마줄기는 겨우내 오남매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오남매 집에 가을이 깊어지면

온통 말랭이들이 춤을 추고

담장 밑따라 곱게 핀

과꽃, 쑥부쟁이, 코스모스 꽃이 함께 춤을 춘다.


오남매와 함께 그렇게 가을 춤사위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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