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운동회
운동회날이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선생님은 백회로 달리기 라인을 긋는데 음악은 벌써부터 운동회 분위기다.
국민체조와 함께 시작한 운동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백구두로 멋을 낸 아버지는 육성회원이라고 써진 천막 안 의자에 앉아서 연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느티나무 아래 두수를 안은 엄마는 고개를 쭈욱 빼고 아이들을 찾는다.
뙤약볕이 한창일 때부터 가을 운동회 연습은 시작되었다.
4,5,6학년 합동 마스게임 연습시간이 되면 모두가 잔뜩 긴장을 하였다.
줄을 딱딱 맞추고 박자에 맞게 앞으로 뒤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은 눈치만 보고 발을 뗀다.
두줄로 섰다가 한줄로 바꾸고 꽈배기로 꼬았다가 풀었다가 다시 원을 만들고 뛰어가는 동작들이 쉬운거 같은데 어렵다.
여러사람이 동시에 맞춰야 해서 더 어렵다.
혼나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며 움직이니 긴장만 되고 재미도 없다.
5,6학년 여자 부채춤연습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털이 예쁜 부채로 박자에 맞게 펴서 공작처럼 만들기도 하고 탁 접어서 앞뒤로 꼬기도 한다.
부채를 펴고 두 팔을 올려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꽃처럼 접었다가 피어나기도 해야 하는데 박자를 맞추기도 어렵고 신나지도 않고 재미도 하나도 없다.
5,6학년 남자 곤봉체조도 딱하긴 마찬가지였다.
“손가락 사이에 곤봉을 끼고 힘을 빼고 부드럽게 돌리세요.”
곤봉을 손가락 사이로 끼고 힘을 빼지 못해 곤봉이 부드럽게 돌려지지 않았고 박자를 잘 못맞추니 여기저기서 야단맞는 소리뿐이다.
여름의 끝자락부터 땀범벅 먼지범벅 그렇게 힘들게 연습한 운동회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부모님과 동생들, 동네 어른들까지 모두 모신 운동회를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마스게임은 우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나오고, 부채춤 시간에는 어르신들이 나와서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그렇게 야단맞던 기마전과 곤봉체조도 박수를 많이 받았다.
아버지달리기에 나간 영자아버지가 옛날 실력만 믿고 달리다가 넘어져서 절뚝거리고 들어가시고, 노인경기 낚시대회에 나가신 미숙이 할아버지께서 치약을 낚으시고 자랑하셨다.
점심시간이 되자 공굴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한수는 절뚝거리며 엄마를 찾고, 악착같이 달려서 손등에 1등 도장을 받은 남철이는 칭찬을 받고자 엄마를 찾았다.
느티나무 아래 펴진 보자기 위에 엄마의 점심 도시락이 펴졌다.
사람들은 엄마의 솜씨를 한껏 칭찬하시고 성수는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육성회원들과 학교 밖 만리장성으로 짜장면을 드시러 성큼성큼 걸어나가신 아버지가 오히려 고맙다.
엄마의 만족스런 너털웃음과 우리 오남매의 오붓하고 넉넉한 이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성수는 괜히 찔끔 눈물이 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