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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prison Jan 20. 2023

우리는 잊힐 것이다  

타인의 문장으로 쓰는 1월  16일 일기

1월  16일


"그렇다, 우리는 잊힐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해 보이고 심각해 보이며, 버거운 결과로 보이는 것들, 바로 그것들이 잊히는, 더는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엄마를 만나러 가기 전,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펼쳤다가 맨 앞에 적힌 안톤 체호프의 문장을 읽다.

긴 숨을 쉬다. 

이 문장 뒤로 이어지는

 "지금 우리가 우리의 몫이라고 받아들이는 오늘의 이 삶도 언젠가는 

낯설고, 불편하고, 무지하며, 충분히 순수하지 못한 어떤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가 알겠는가, 온당치 못한 것으로까지 여겨질지도."

이런 글을 써야만 했던 체호프에 대해 생각하다. 

그만이 아니라 실은 모두가 그런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내가 만나러 가야 하는 엄마조차. 그러자 굳은 마음이 비로소 녹았다.

엄마, 나 왔어요! 

웃으며 말했다. 이 웃음을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장이 필요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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