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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prison Feb 01. 2023

치매 노인이 간병인에게

2월 1일   뜻밖의 편지에 울컥,

간병인 선생, 어디를 보시는가? 어디를 봐?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가?
정신이 온전치 않고, 성질 고약하고 눈이 멍한 한심한 노인네?
밥을 질질 흘리고 자네가 뭘 하는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은 노인네?
눈을 크게 뜨고 날 보게!
내가 누군지 들려줄 테니.
여기서 긴긴 하루 내내 하릴없이 앉아 있는 나.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와 서로를 아끼던
열 살의 나.
(......)
아이들은 금세 자라 제 갈 길을 가고 
남편이 죽고 그 고통은 깊어
지금 나는 늙은 할머니,
가혹한 자연의 장난감.
몸은 무너지고 기운은 없고 꼴은 추레해졌지.
그러나 이 몸에는 여전히 젊은 처녀가 살고 있네.
나는 아직도 다 알아
기쁨과 고통은 나의 일부야.
그러니 눈을 뜨게나
그럼 한심한 노인네가 안 보일 테니.

여길 봐......나를 봐!



휘프 바위선의 <치매의 모든 것>을 읽다가 울컥했다. 

요양원에 있던 스코틀랜드 할머니가 님긴 글. 돌아가신 뒤 간병인이 발견했단다. 

사람 속은 얼마나 하염없이 깊고 깊은지...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를 또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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