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모든 게 멈췄다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도 무기력했고, 밥을 먹어도 입안에선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흐르고 나니, 나는 내 방 한편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아프다는 걸,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면 더 초라해질까 봐. 말하면 정말 그런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런데 어느 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위대한 문장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냥 지금의 나를, 솔직 하게 써보고 싶었다. 말로는 도저히 다 꺼낼 수 없는 마음을 글로라도 꺼내보면, 나라는 사람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틀려도 괜찮으니까, 느리더라도 써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에겐 목숨처럼 중요한 기록이다. 지금 이 글도, 그 시작 중 하나다.
이전에는 무언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고만 여겼지만, 이제는 ‘되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쓸모없는 하루를 버텨낸 나를 위해,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는 나의 감정을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써본다.
내가 왜 쓰는지, 이 글을 누가 읽어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나는 나를 놓쳐버릴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