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ive Vibes

누가 제이미맘에게 돌을 던지랴

2025년을 보내며.

by 정짜리

2025년이 지났다. 일 년을 돌아봤을 때 내 삶의 가장 큰 비중은 아이였다. 나는 나의 마지막 삼십 대를 Pre제이미맘으로 보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됨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됐고, 전업주부로서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아이의 유치원 결정은 그런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미션이었다. 사실 계속 일을 했다면 바쁜 워킹맘은 아이의 유치원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많지 않아, 아마 돌봄까지 꽉꽉 채운 늦은 하원이 가능한 유치원인지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전업주부가 됐고, 남편과 시부모님, 우리 엄빠까지 내가 아이를 키움에 있어 최선을 다하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열 군데 이상의 유치원 입학설명회를 다녀왔다.


소위 말하는 강남의 유명한 유치원의 입학설명회는 생각보다 문턱이 높았다. 키워드는 입학이 아니라 입학설명회다. 입학설명회를 듣기 위해, 혹은 입학자격에 요하는 지능검사 등의 테스트를 보기 위해, 나는 시간 맞춰 광클을 하며 선착순 30명에 들어야 했다. 초반의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 구글시간으로 알람을 맞췄는지, 기재해야 되는 인적 사항을 미리 복붙을 해놨는지 등의 주위의 여러 조언을 참고해 재정비를 하고 도전한 결과, 나도 몇몇 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들을 수가 있었다.

입학이 아니라 입학설명회를 듣기 위해서 이렇게 진을 빼야 한다니..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러니까 제이미맘이 나오는 거야 앙?!' 이런 삐딱한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어쨌든 제대로 하고 싶었다. 유명하다는 유치원의 설명회를 들으며 내가 원하는 교육관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그런 유치원을 찾고 싶었다. 수많은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나의 유치원 원정대 멤버인 유니맘과 정리된 엑셀 파일을 몇 차례 주고 받으며 토론을 한 끝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유치원을 찾았다.


v 지나친 학습식이 아닌 충분히 노는 영어유치원

v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며 외부 놀이터나 옥상의 놀이시설 유무

v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과 햇빛이 잘 드는 넓은 공간

v 한 반의 인원수가 12명 내이며, 배치되는 교사의 수는 2명 이상

v 매뉴얼이 잡혀있는 10년 이상의 대형 브랜드 유치원


3월이 되고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거의 일 년이 지났다. 강남의 영어유치원을 다닌다고 하면 간혹 아이가 집에서도 영어로만 얘기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모국어에 영재적 모먼트가 있는지, 집에서는 유창한 한국어로 프리토킹한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면 잠꼬대를 영어로 한다고도 하고, 일상에서 70% 이상 영어로 대화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한국어 신동이다. 아마도 '너는 영유에서 영어를 배워라, 나는 집에서 국어를 가르칠 테니'하는 나의 철저한 모국어 우선주의 신념 때문인 것 같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영유를 다니며 한글을 늦게 떼거나, 국어능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집에서는 아이를 붙잡고 매일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아이는 이제 글을 읽을 수 있고, 가벼운 받아쓰기도 해낸다.


영어도 아이의 속도에 맞게 늘고 있다. 숙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해야 한다고 배운 90년대 초딩이었던 엄마와 함께 매일매일 유치원 homework도 빠지지 않고 하고, 파닉스 진도대로 영어책도 읽고 다이어리도 쓰며 라이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도 EOP(English only policy)를 지키려 노력해 달라는 선생님의 요청대로 요즘 나는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려 애쓴다. 어제는 거실을 치우며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아이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스위티? 마미 니드 유어 헬프”

“마미! 아임 쏘 비지, 두 잇 바이 유어셀프!”

미국식 액션으로 손을 휘저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아이에게 기분이 나쁘기보단 단전에서 뿌듯함이 몰려왔다. 옆에서 남편도 '캬, 역시 현질 하는 보람이 있다'며 이 맛에 돈 번다고 껄껄댔다.


제이미맘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식 교육에 진심으로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10분이라도 아이를 붙잡고 공부시켜 본 부모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당신, 누구보다 아이 교육에 진심이 당신. 제이미맘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한 해 동안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애쓴 나에게 뜨거운 박수를, 내년에도 제이미맘으로 성장하며 더욱더 애쓸 나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며, 나의 2025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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