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ive Vibes

25 and 26

by 크리스틴

나 자신을 시간 여행자라 한다면 2025와 2026의 속도는 같거나 비슷하게 유지될 것 같다.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강하지 않게. 다가올 상황의 모든 경우에 포르티시모(매우 세게)는 절제할 것이지만, 하루 일과에서 몇 번쯤은 생기발랄한 빛으로 반짝이는 26을 맞아 누리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25에 내게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자각하지 못해도 지구가 자전, 공전을 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변화는 말없이 다가가 눈치채지 못하게 여러 가지를 바꾸어 놓듯 말이다.


25에 우선, 나도 모르는 사이 아침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전에 나 역시 그랬기에 바쁜 일상을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수고에 감사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침 식사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늘 바쁘고 분주했던 수십 년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출근하는 작은아이를 배웅하고 나면 본격적인 시작이다.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던 것과 달리 그때그때의 제철 과일과 발사믹 소스에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토마토, 한두 조각 정도의 삥과 아메리카로 아침이 시작된다. 이것만으로 끝나면 배부른 돼지같다고 자책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날에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하늘과 구름, 가로수의 잎사귀들을 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마음에 담고 얘기한다.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처방 받기 위해서, 좀 덜 기다리려고, 이른 아침 일찍 현관을 나섰던 어느 날 바쁘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였으나 다음날 잊어버렸다. 나는 천천히 시작하고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25에 가장 큰 변화는 춤추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찬송가를 불러주시던 할머니 등에 업혀서 지낸 유아기를 거쳐 청교도 신앙 교육을 저항 없이 받았기에 정식으로 디스코텍에 가 본 적도 없는 그대가 무슨 춤이냐고요? (사회인이 되어 처음 가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던 ㅇㄹㅈㄴ 바 등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다.)

25에 태어난 손녀 앞에서 댄스를 합니다. 아기를 위한 동요와 캐롤을 틀어놓고 누워 있는 아기 눈에 잘 보이라고 서서 시작한 율동에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며 너무 행복해진 남편과 나는 손녀를 돌보는 날마다 춤을 춘다. 손과 팔동작이 커야 더 즐겁게 반응하는 걸 알게 된 할머니는 눈에 띄는 원색의 티셔츠를 입고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날 정도로 열심이다. 작은아이가 누워서 찍은 아기 시점의 영상을 보면 정말 웃음만 나올 뿐이지만, 그래서 행복한 2025이다.


25에 나는 계속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한 편의 좋은 글을 쓰는 것을 버킷리스트로 품고 있던 나는 소박하고 작은 발걸음을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내디뎠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아직 확실한 방향이나 방법을 정해 놓은 건 없지만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10월에 찾아온 다리 부상이, 같은(?) 관심으로 글 쓰는 분들과의 교류에 제약이 되었지만 가끔 만날 때마다 좋은 자극이 되었고 26에도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김현승 님의 너무 유명한 시 「가을의 기도」 구절처럼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계속 되뇌이고 싶은 요즘이다. 26에도 나는 계속 기도할 것이다. 역시 김현승 님의 시 「검은 빛」처럼 되고자 더 기도하고 싶다. 그 빛은 반짝이되 더 생각하고, 발랄하되 사랑을 간직하며, 꽃마다 품 안에 받아들이는, 그리고 반짝이다 지치면 숨기어 편히 쉬게 하는 빛이다. 참 어렵지만 품을 줄 알아야 환하게 빛을 반사시킬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검은 빛

김현승

노래하지 않고

노래할 것을

더 생각하는 빛


눈을 뜨지 않고

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묻지 않고

꽃마다 품 안에 받아들이는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간직하며

허물을 묻지 않고

허물을 가리워 주는


모든 빛과 빛들이

반짝이다 지치면

안기여 편히 쉬게 하는 빛


그러나 붉음보다도 더 붉고

아픔보다도 더 아픈

빛에 닿은

단 하나의 빛.


『김현승 시전집』, 김인섭 엮음·해설,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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