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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Oct 22. 2022

그녀의 첫 노래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

순천 레스토랑에서 돈까스 그리고 노래방 데이트 

ㅋㅌ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 주된 데이트 장소는 순천으로 정했다.     

여수 시내가 워낙 좁은 것이 문제였는데 시내에 같이 걸어 다니기만 해도 다른 친구들 눈에 금방 띄기 일쑤였다.     

순천을 가기 위해서는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순천행 직행 버스를 함께 탔다.     

그 나이 때 용돈이 그렇게 풍족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데이트 자금은 한 달 치 용돈을 아끼고 아껴 사용하곤 했다.     

지금도 여수시내버스터미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친구를 혹시라도 기다리게 할까봐 항상 먼저 도착했으며 그 친구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기위해 터미널 입구에 있는 계단 위에서 항상 기다렸다.     

터미널 안에는 약국과 작은 슈퍼가 있었는데 같이 먹을 음료수를 사기위해 약국에서는 박카스를 사기도 했고 슈퍼에서는 비스킷과 사이다, 콜라를 사기도 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싸서 순천행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그렇게도 좋았을까?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있는 10개씩 세 줄로 딱 붙어 있는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가 왜 그렇게도 편하고 좋았을까?    

플라스틱 의자에 뭐라도 묻어 있을까봐 항상 손수건을 준비해 깔아주었던 것이 왜 그렇게도 좋았을까?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을 가는 데는 40분이 걸린다.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 하는데 그 당시 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서툴렀다.     

여자 친구를 처음으로 사귀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여자 친구 사귀는 노하우가 없었다고 할까?     

그 친구와 순천에서 가장 생각나는 기억은 레스토랑을 가고 노래방을 간 것이 기억난다.     

호주머니 안에는 아마도 그때 당시 3만 원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여수와 순천을 왕복할 수 있고 돈가스 2인분을 시킬 수 있는 돈이었다.     

순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조용한 레스토랑이었고 둘만이 앉을 수 있는 창가의 소파 그리고 우리 자리를 살짝 가려주는 커튼도 기억난다.     

스프와 샐러드가 따로 작은 접시에 나오고 돈가스와 마카로니, 그리고 밥 조금에 새끼손가락 크기의 단무지.. 

지금도 그때 먹었던 돈가스가 기억에 뚜렷하다.     

레스토랑에서 나와서 JJ와 함께 갔던 곳은 노래방이다.     

순천 중심가에 지하노래방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때 난 내가 자주 부르던 이문세의 ‘그대’를 불렀고 JJ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불렀다.  

   

그런데 JJ가 불렀던 노래 첫 구절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난 그때당시 JJ가 정말 예쁘게 노래를 참 잘 부른다는 생각밖에 안했다.     

하지만 JJ와 멀어져 있을 때마다 우리 둘의 만남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암시라도 한 것 같은 노랫말이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내가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자가수의 노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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