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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Oct 21. 2022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첫 데이트

그녀와의 첫 데이트


수업시간 몰래 두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편지를 썼다.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문방구에 들러 예쁜 편지지와 봉투까지 구입하는 정성을 들였다. 

첫날 인상에 대해서 그리고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용기를 내어 사귀고 싶다는 말까지 한자 한자 써내려갔다. 

점심시간부터 쓰기 시작한 편지는 오후 수업시간 한두 시간을 더 투자하고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편지를 쓰는 동안은 칠판에 글씨가 쓰여 지는 소리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맑은 눈동자와 미소를 가진 소녀만 보였다. 

편지는 친구 길성이를 통해 전했다. 

3일 정도 지났을까.. 기다리던 답장이 왔고 우린 둘만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첫 만남은 그 나이 고등학생들이라면 출입이 금지된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그 당시 나는 그 친구에게 나름 성숙한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그런 장소를 선택한 것 같다. 

이름이 좀 촌스럽지만 ‘별들의 고향’이라는 커피숍으로 여수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내부 분위기는 약간 어두운 갈색 톤의 목재가 벽과 바닥을 장식했으며 칸막이와 책상과 의자도 모두 갈색 나무로 만들어 졌다. 

2층 창가 좌석에는 넓은 통유리가 있어 여수 시내 중심가가 훤히 내다 보였다. 

당시 여수의 가장 중심지인 교동 오거리 2층 커피숖에서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이 막 시작됐을 때 흘렀던 음악이 기억난다.  

SANTA ESMERALDA의 YOU ARE MY EVERYTHING...

책 뒷부분에 다시 이야기 하겠지만 이 음악은 JJ가 대학 하숙방에 처음으로 찾아왔을 때 어렵게 준비해서 같이 들었던 음악이기도 하다. 

그날도 JJ는 흰색 계통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으며 손에는 흰색에 분홍꽃잎 수가 놓인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아마 처음 만난 날이라서 어디 사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등의 호구조사를 했겠지만 그날의 이야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 친구의 큰 눈에 빠져서가 아닐까..

커피를 한잔 마신 뒤 커피숍을 나와 여수 시내를 함께 걸었다.

JJ가 집을 가기위해 버스를 타는 장소까지 바래다주는 짧은 거리였지만 온 세상 사람들이 우리 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복판을 둘이 나란히 걷다보니 JJ의 어깨와 팔이 가끔씩 살짝살짝 스쳐지는게 느껴졌다.

어쩔 땐 너무 세게 부딪혀서 ‘아... 미안...’ 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고의로 부딪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너무 좋았다’ 그렇게 JJ와 시내를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난생 처음 사귀는 여자 친구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이 기뻤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와버렸다. 

'잘 가'라는 짧은 말과 함께 '다음에 연락할게'라는 기약없는 말밖에 못했다. 

그러면 할 말 다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버스가 한참 늦게 오기를 바랬다.

그리고 버스가 떠난 뒤에는 사라질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윽고 버스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도 모르게 ‘와우~!’라고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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