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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Oct 14. 2022

연습장 표지 모델 같은 JJ와의 첫 만남

아직도 그때 그 얼굴이 선해..


반팅 참가비는 그때 당시 거금이었던 1인당 만 원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반나절을 돌았더니 금세 정예의 반팅 인원 20명이 꽉 찼다.


드디어 반팅을 주선하기 위해 여학생들과 대표자 회의가 있는 날이다.


대표자 회의는 시내 빵집이었고 양쪽에서 각각 대표자 4명씩이 참석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학생과 남학생 4명씩이 마주 앉았고 테이블 위에는 소보로빵과 팥빵이 수북이 쌓이고 사이다, 콜라가 한잔씩 놓여졌다.


대표자 회의라서 그런지 여학생들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그때 여학생을 만난 것이 난생처음이었다.


긴장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있었다.


그때 한 소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바로 JJ였다.


청바지에 하얀 면 셔츠를 입었는데 작고 파란 단추가 달려있고 옷깃이 작고 둥글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후광이 비쳤다고 할까?


그 소녀는 창을 뒤로 하고 앉아 있었는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보다 얼굴이 더 하얗게 빛났다.


눈이 크고 까만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속눈썹이 짙고 길게 뻗어 있었다.


콧등은 작지만 오뚝했고 불그스레 가냘픈 양 볼과 귓불 아래 솜털이 하얗게 빛을 바랬다.


작고 붉은 입술은 라인이 뚜렷하고 선명했다.


그날 이야기의 주제는 반팅 인원과 장소를 정하는 것이었는데 난 한 마디도 못했다.


얼이 빠졌다고 해야 하나?


약 1시간에 걸친 대표회담이 끝나고 빵집을 나왔는데 친구 민호가 등을 툭 쳤다.


“야 니는 왜 한 마디도 안 하냐?” “니가 주선하는 거 아니었어?”


난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친구들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반팅 장소는 동백골 해수욕장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반팅 규모가 남녀 합쳐 40명의 대규모라 장소를 물색하는데 시내는 도저히 불가능 했다고 한다.


동백골 해수욕장은 버스를 타고 여수와 돌산을 연결하는 연육교를 지나 30분이면 갈수 있는 곳이었다.


하얀 모래대신 손바닥 만 한 넓적한 몽돌들이 깔려있는 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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