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한거북이 Oct 31. 2024

나, 괜찮을까?

05. 이럴 일인가?

"아빠, 오늘인 거 알지?"


백년손님,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뜻, '사위'를 이르는 말


"물론이지, 저녁약속시간에 보자. 아빠도 일찍 올 거야."

오늘이 그날입니다. 7년 가까이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사랑을 키워왔던 딸의 반려자가 될 친구가 우리 집으로 인사 오는 날입니다. 오랫동안 딸만의 방식으로 우리 부부에게 스며들도록 알려왔던 '오빠'의 존재는 수많은 사진과 정보를 통해 친숙해져 버려 이미 우리 식구 같은 예비사위이긴 하지만 백년손님이 집에 오는 것은 집사람을 물론 나에게도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계산을 했습니다. 용문역에서 몇 시 급행을 타면 5시 30분쯤 집에 도착할 수 있는지 보고 또 보고 확인했습니다. 


하차역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립니다. 

'아차, 혹시 이 친구가 약속시간에 맞춰 전철을 타고 오면, 이 역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어. 젠장, 다음역에서 하차하는 게 좋겠어.' 잘못한 일을 들킬 것만 같은 긴장감이 몰려와 머릿속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 정거장 지나쳐 내려서는 거슬로 올라가는 버스 노선의 도착시간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손으로 가려가며 뛰어가서는 전광판을 확인합니다. '이번에 오는 버스를 타면 애매하네, 다음 것을 타야겠어. 그러면 약속시간에 10분 정도 늦을 것 같군. 인사 오는 친구는 시간약속을 지켜올 테니 마주칠 가능성을 거의 없겠어. 조금 늦는 것도 모양새는 나쁘지 않아' 짧은 시간에 치밀하게 계획해서 알리바이가 완벽한 완전범죄를 꿈꾸는 저로서는 괜찮은 판단이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버스에 짓눌려 깨진 아스팔트의 물구덩이에 떨어지고 일그러지며 퍼지는 물방울을 쳐다보며 문득 내가 서글퍼졌습니다. 이럴 일인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 


태워주는 차의 뒷좌석에서 내려 퇴근한 것처럼 집에 들어서며, "미안, 조금 늦었네. 손만 씻고 인사하자." 

완벽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