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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한거북이 Nov 08. 2024

나, 괜찮을까?

06. 알림

이제는 이해합니다.


알림, 알리는 일 '통지, 고시, 안내'


나 때문에 무거운 집안 분위기 속에 새 식구와 인사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별 일없는 듯이 열흘정도 지냈습니다. 무사히 행사를 치렀으니 이젠 딸이 다시 비행기 타기 전에 얼굴 보면서 모두에게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와인을 한 병 열어 마시며 대단한 일은 아닌 것처럼 지나가듯이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나도 이젠 좀 쉴 때가 됐어. 물론 내 의지는 아니지만,," 집사람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하더니 금방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 순간 내가 머릿속에 써 두었던 각본과 너무 다른 대사에 움찔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는 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34년 동안 일을 했는데, 수고했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게 아냐?" 솔직히 수고했다며 안아주고 위로하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서운했습니다. 집사람도 바로 미안하다며 수고했다고 하지만 제 얼굴이 말해줍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딸은 "아빠 이젠 좀 쉴 수 있겠어. 축하해. 건배. 수고하셨어요."라고 잔을 듭니다.

하지만 결혼준비를 해야 하는 딸의 살짝 흔들리는 눈빛을 본 듯한 건 나만의 느낌일까요?

이 알림을 시작으로 부모님께도 말씀드리면, 의문과 불안을 업고 두려움이 저를 덮칠 겁니다. 


"무슨 잘못이라도 했니?", "갑자기 왜?", "먹고살 수 있니?", "모아둔 돈은 있니?", "또 취직은 안 할 거니?"

질문과 걱정의 폭풍이 몰아칩니다. 


얼마 전 심리학관련해서 정서/감정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면 본능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무엇보다도 우선 튀어나올 수 있다고. 생존본능 같은 거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나에게도 갑작스런 상황이라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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