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면접관과 동조
저는 면접관이며, 면접컨설턴트이기도 합니다.
기관이나 업체의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서류심사와 면접과정에 전문면접관으로 활동합니다.
또한, 이론적 실무적 배경을 바탕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분들의 컨설턴트이기도 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동조'란, 개인이 집단의 규범이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타인의 것에 맞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동조는 두 가지 주요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고 합니다. 첫째는 정보적 영향력(informational influence), 즉 타인이 옳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동조이고, 둘째는 규범적 영향력(normative influence), 즉 집단 내에서의 수용과 거부 회피를 위한 동조입니다.
최근에 운전직 대면 면접이 있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교통약자(장애인, 노령층, 임산부 등)의 이동 편의성 증진과 이동권 보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운영에 필요한 운전직 채용 면접이었습니다.
면접 이후 면접관들의 평정이라는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개별 면접관의 평가 결과를 같이 논의하는 시간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는 지원자나 평가결과에 편견이 있는지 등 확인하고 조율하는 자리입니다.
흥미롭게도 평정 과정에서 사회심리학에서의 '동조'를 경험했습니다.
한 지원자의 평가에 대한 의견차가 있었습니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측면의 모호한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이었지만, 제가 부정적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반론과 그 지원자의 지원 동기를 언급하고, 경험의 깊이와 답변의 논리성을 구체적으로 짚어 설명하자, 다른 면접관들의 평가가 점차 나와 비슷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번 면접 상황에서 첫째, 내가 관찰한 동조는 정보적 영향력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지원자의 답변을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신뢰 가능한 정보로 뒷받침하며 논리적으로 제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다른 면접관들은 나의 해석이 일리 있다고 판단하면서 점차 제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인 겁니다. 둘째는 나의 태도와 경력이 다른 면접관에게 신뢰를 주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평가자의 외모나 말투, 복장 등은 타인에게 ‘전문성’이나 ‘신뢰성’의 인상을 주며 설득력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물론 저의 입장에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정 개인의 의견이 타당하고 설득력 있으며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 의견에 대한 동조는 오히려 집단의 판단력을 높이고 평가의 정확성을 제고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으나, 반대로, 정보가 부족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형태의 규범적 동조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 독립적 사고가 억제되어 편향된 평가가 이루어질 우려도 존재합니다.
요즘 국회에서는 장관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한창입니다.
근거 없는 깎아내리기식, 모욕주기식 청문회 자리인지,
실제 객관적인 정보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문제제기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성품을 검증하는 자리인지,
색을 달리하면 큰 일이라도 날듯이 각각의 집안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의견인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자리만 바꿔 앉은 것 같은 느낌도 그렇고요.
우리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