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별의 속삼임

by 여행자 제오키


A.T. 621년 오디세우스 호(號) 식당 지구로부터의 거리 약 48AU


에즈라가 죽은 뒤 함선의 식당은 침묵하는 두 개의 섬으로 나뉘었다. 아르코스의 기술자들과 시데리스의 생존자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침묵 속에서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이 날카롭게 울렸다. 비극이 남긴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카이렌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영양 페이스트를 숟가락으로 떴다. 그의 손바닥에 닿는 숟가락의 차가운 금속 감촉에 그는 숨을 멈칫했다. 바로 어제, 에즈라의 생명을 끊었던 그 커넥터의 감촉이었다. 그의 눈앞에 에즈라의 마지막 모습—그를 향해 뻗으려 했던 앙상한 손과 "...노래..."라고 속삭이던 입모양—이 어른거렸다.


그는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대로 우리는 괜찮은 건가? 그는 애써 질문을 지웠다. 하지만 질문은 사라지지 않고 그의 안에서 메아리쳤다. 우리는 기술자 한 명을 얻고 우리의 역사를 잃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의 시선이 맞은편 시데리스 구역, 노래를 잃은 채 앉아있는 아일리아에게 닿았다. 그녀의 텅 빈 눈은, 마치 그가 저지른 죄를 고발하는 거울처럼 보였다.


오르사는 묵묵히 식량을 배급하며 아일리아를 주시했다. 아일리아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구역에서 들리던 희미한 대화 소리마저 완전히 죽어버렸다. 사람들은 희망을 얻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 희망의 공백이 사람들 사이에 차가운 공포로 전염되는 것을 오르사는 보았다. 그녀의 침묵은 공동체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는 블랙홀이었다.


슬픔은 사치다. 죽은 자를 위한 노래가 고장 난 산소 순환 장치를 고치지는 못한다. 그녀는 생각했다. 저 여인이 저렇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 저 침묵은 슬픔이 아니라 전염병이다.


아카이브의 헬리아는 분열의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헥사가 전송한 사회 통합 지수는 죽어가는 심장의 심전도처럼 스크린 위에서 위태롭게 추락하고 있었다. 함선 내 구역별 충돌 빈도를 보여주는 히트맵은 두 개의 적대적인 국가처럼 선명하게 나뉘어 붉게 타올랐다.


그녀는 지난 몇 주간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모든 것을 기록했다. 응급실의 비명, 식당의 침묵, 서로를 향한 증오가 담긴 통신 기록까지. 그녀는 인류라는 종(種)의 마지막 장의사로서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관(史官)은 언제 펜을 놓고 칼을 들어야 하는가. 장의사는 언제 시체를 묻는 대신 살인을 막아야 하는가.


그녀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늘 그랬듯 허공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균열... 가속... 임계점...

그녀의 손가락이 다음 단어를 쓰려던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허공을 쓰던 그 손을 스스로 멈추고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기록자의 역할은 끝났다.


그녀는 스크린을 껐다. 그리고 아카이브 깊숙한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돌을 보았다. 50년의 시간을 넘어온 저것은 희망인가 아니면 이 분열을 끝장낼 마지막 저주인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기록의 보존을 위해 그녀는 이제 개입해야만 했다.

"헥사. 내 권한으로 브릿지에 최고 등급의 소집 명령을 내려줘요."

그녀의 목소리는 스스로의 배신을 선언하듯 차갑게 울렸다.


브릿지의 분위기는 살얼음판 같았다. 제시안, 아일리아 그리고 카이렌과 오르사가 함께 했다. 헬리아는 스크린에 50년 전 데이터 패킷의 수신 기록과 월석의 복원 과정을 홀로그램으로 재생했다. 그녀는 어떤 해석도 덧붙이지 않고 오직 사실만을 전달했다.


차가운 강화유리 너머로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서늘한 은빛 광휘가 떠올랐다.


누구도 숨을 쉴 수 없었다. 아일리아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돌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죽어가는 어머니 지구가 마지막 힘을 짜내 띄워 보낸 작은 등불이었다. 에즈라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모든 이야기, 모든 노래가 저 작은 빛 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제시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경이로움이 아닌 냉정한 분석으로 번뜩였다. 저것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의 방정식에 들어온 새로운 변수. 통제 불가능한 그러나 어쩌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미지의 힘이라 느껴졌다.


"이것은... 마지막 기술의 전송이었군."

제시안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의 목소리는 질문이 아닌 소유권 선언에 가까웠다. 그는 아일리아를 보지도 않고 헥사를 향해 명령했다.

"이 돌의 분자 구조 안에 우리가 모르는 에너지원이나 신소재 기술이 담겨 있을 확률은? 헥사, 즉시 분석을 시작해."

"안돼요."

아일리아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지만 브릿지의 모든 소음을 잠재웠다.


그녀는 제시안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슬픔이 없었다. 에즈라의 죽음으로 공허해진 그 자리를 이제 저 작은 돌이 채우고 있었다.

"당신은 데이터를 중시하죠, 사령관. 에즈라는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데이터베이스였어요. 당신이 그 파일을 지웠죠. 이제 저것이 우리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유일하게 남은 기록입니다. 저것마저 당신의 분석기계로 갈아버리게 둘 순 없어요."


"당신의 관점은… 흥미롭군, 시데리스."

제시안이 마침내 그녀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 대신, 상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서늘한 지성이 담겨 있었다.

"당신 말이 맞소. 저것은 기록이지. 인류가 별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했던 과학과 기술의 마지막 기록이오. 그것을 읽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야말로 선물을 보낸 이에 대한 가장 큰 모독이 아니겠소?"

그는 아일리아의 논리를 비틀어 그녀의 무기로 되돌려주었다.

"나에겐 이 함선 전체의 생존을 책임질 의무가 있소. 저 기록 안에 우리의 엔진을 고칠 방법이, 우리가 모르는 질병의 치료법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데 당신의 감상 때문에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요. 분석은 시작되어야만 하오."


"당신의 언어로 말하죠, 사령관."

아일리아가 그의 앞을 막아서듯 일어섰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대신,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자산과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저 돌은 이 함선 사람들의 정신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상실을 겪어 왔어요. 헥사에게 공동체 안정성 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산시켜 보시죠. 그리고 그 자산을 당신의 불확실한 분석을 위해 동의 없이 훼손하는 것은 리스크입니다. 함선 전체의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내란에 가까운 리스크. 그 리스크는 당신의 방정식에 있습니까?"


카이렌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머릿속에서 두 개의 상반된 데이터가 충돌하고 있었다. 기술자로서의 호기심과 제시안의 논리는 분석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방금 아일리아가 제시한 리스크라는 변수가 드론의 습격 당시에 함선 전체를 마비시킬 뻔했던 바로 그 측정 불가의 변수임을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존경하는 사령관과 에즈라를 죽음으로 몰았던 자신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사령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오르사는 아일리아의 뒤에 서서 제시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단순한 냉소가 아니었다. 놀라움. 그리고 서늘한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아일리아가 더 이상 슬픔에 잠겨 노래만 부르는 이상주의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 제시안의 언어로 그의 심장부를 겨누고 있었다. 오르사는 아일리아가 마침내 이 강철의 세계에서 싸우는 법을 배웠다는 것에 희미한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이 위험한 게임이 그들 모두를 어디로 끌고 갈지에 대한 깊은 공포를 느꼈다.


제시안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그는 아일리아의 논리가 단순한 감상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것임을 간파했다. 그는 받아쳤다.

"그 리스크는 감정에서 기인한 가설이오, 시데리스. 하지만 저 돌에 담긴 미지의 기술을 외면함으로써 발생하는 확실한 리스크는 어떻소? 당장이라도 다시 터질지 모르는 이 엔진 말이오. 나는 가설의 리스크보다, 확실한 함선 붕괴의 리스크를 제거하겠소. 그 방정식은 명확하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누구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브릿지의 차가운 정적이 숨 막히게 내려앉았다. 그때, 제시안의 시선이 카이렌에게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집행자였던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카이렌. 함선 수석 엔지니어로서 말하시오. 저 미지의 물체를 분석하는 것이 리스크요, 아니면 의무요?"


아일리아와 제시안, 그리고 오르사의 시선이 모두 카이렌에게 꽂혔다. 그의 대답 하나에 함선의 운명이, 그리고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기억이 달려 있었다. 브릿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카이렌의 거친 숨소리만이 침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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