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창 Sep 12. 2022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용역업체 2016-2018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차가 왔는데
일이 없어 술이나 퍼마신다.

엿새를 쉬고 겨우 나간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형님의 푸념을 듣는다.


 “여섯 살 아들이 아빠는 월요일인데 일 안 나가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시간도 죽일 겸 만화방을 알아봤는데 요즘에는 만화방도 잘 안보이더라고...... 


씁쓸해하며 웃어넘기는데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쌀이 얼마 안 남았으니 퇴근길에 사와_]


“쌀이 왜 떨어지냐 이판국에......”

하며 웃음 섞인 탄식을 하자마자 직원이 올라왔다. 내일은 오늘보다 두 명 적게 불러야 한다고 통보한다.

형님이


“쌀도 떨어졌는데...” 

하더니 내일 쉴 테니 나보고 나오란다.


“쌀이야 원래 사야 하는 건데..” 

하며 멋쩍게 말하고는 물건을 나르고 박스를 접었다. 

나는 예의 바른 사람이기에 윗사람의 호의를 물리칠 수는 없었다.

항상 그렇듯이 퇴근은 더디게  찾아왔고 나는 쌀과 막걸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섞어 안주인에게 내일 일터에 나가게 된 이야기를 고하며,

“내가 영화를 했어야 하는데,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정도는 나올 거야 디테일이 이렇게 많은데 말이야.” 

하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더니 돌아오는 말.


“영화는 더 돈이 안돼.”

내일은 차를 마시자.


2018

작가의 이전글 정원이 있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