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보온병이 내는 소리처럼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신혼과 육아의 기쁨을 만끽하며 살던, 인간이 내는 소리나 자동차, 엘리베이터 소음 따위의 잡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빌라(라고 부르지만 연립형 저층 공동주택)에 비한다면 고요에 가까운 백색소음이다. 이 땅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등한 공기가 버거울 때 즐기는 끽연도, 공동현관을 거쳐 깡통 주변으로 걸어 나아갈 필요가 없이 문 하나만 통과하면 그만이다.
차 한잔과 읽을거리를 야영용 탁자에 올려두면 카페 야외 자리보다 조금 좋은 수준(흡연 가능)으로 즐길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수년간 직장에 헌신하며 인간관계의 연옥 속을 징역살이 한 보상인데, 매월 단돈 70여 만원을 30년 동안 꾸준히 은행에 지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