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체의 실존은 한 그릇의 밥과 국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밥이라는 것은 신체를 작동시키기 위한 연료로써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가 먹는 것이 곳 나를 이룬다.
삶을 지속하고자 나를 몰아넣은 생업의 장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테인리스 식판 위 대접에 부어진 뿌옇고 미끄덩거리고 미지근한 국 한국자는 얼마나 나를 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가. 먹고살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나간 일터에서 나는 저 '똥국'만큼이나 견고하고 치밀한 억겁의 탄압과 철저한 인간 존엄성의 말살을 차곡차곡 식도에 새겼다. 그 맛이란 혀로 설명되지 못하고 목구멍에 촉감으로만 기억되는데, 누구든 일터에서 똥국을 들이켜봤다면 알 것이다.나는 저 자본주의적 국물을 증오하고, 구내식당에서, 급식장에서, 밥차에서, 배달통에서, 함바집 문턱에서 풍겨 나오는 마치 선물과도 같은 제육볶음 냄새에 군침으로 반응하는 내 침샘도 증오한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인생이 마치 함바집 식단과도 같다는 굴종적 자기 비하와, 잠깐의 굼주림에도 어쩔 줄 모르고 한 끼 소중한 내 실존적 채움의 행위를 누렇게 물들이는 그 '효율적 연료'를 몸서리치게 증오한다.
그러나 저 한 그릇의 똥국이 없다면, 어찌 날 선 밥알을 고단한 목구멍 안으로 쓸어내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