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별로야.

과대포장. 허위광고.

by 마타

최근에 저는 생각보다 제 자신이 되게 별로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낮은 자존감에 몸부림치다 자기 혐오에 빠진 것은 아니고, 그냥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니 그렇더라구요.

나름 늘 깨끗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행동의 동기와는 상관없이 제 행동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론 생각이 바뀌었네요.

저는 분명 평소와 똑같은 반응을 한건데, 상대의 상황에 따라선 평소대로의 말도 상처가 될 수도 있더라구요. 또 저는 상대를 위해 감정을 죽인 것인데, 상대는 제가 가식적이라 하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서 제가 알고 있는 정보 내에서는 이 말이 최선의 판단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상대의 처지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열악해서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만 기억도 있네요.


누군가는 그런 것들은 잘못이 아니라고 저를 위로 하려 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제 말로 말미암아 제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으니, 잘잘못 유무를 떠나서 제 마음이 너무 힘들더랍니다.

상대는 제 행동의 동기들을 다 이해할 수 없으니, 제 본심은 좋은 동기라 할지라도 언제나 그 열매가 달콤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제 노력, 노하우,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그것이 비록 과거엔 좋은 열매를 맺었더라도, 뒤에는 누구도 먹지 못할 떫은 열매가 열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의 마음과 동기는 같다고 하더라도 저는 상대의 상황을 모르고 상대가 원하는 것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겠죠.

분명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만 행동했다면, 상대의 상황을 더욱 배려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저는 분명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겁니다.


나 중심적인 사고는 정말 지긋지긋해요. 길 잃은 열정만큼 상대를 상처입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저는 어째서 남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나’를 제거하지 못하는 걸까요.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그것에 따른 주위의 평가를 신경 씁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면 기운이 나지 않고 상대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나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해서 입술이 근질거려요.

그래서 요즘은 ‘나’를 숨기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의식하고 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는데, 정말 이 땅에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은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즐거이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천국에 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요즘 저는 ‘나’라는 존재가 정말 별로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적인 사고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도 충분한 위로가 되지 못해요. 해답을 주지 못합니다.


인정하기 쉽진 않지만, 정말 세상에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죽었을 때 나타나는 사랑의 형상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저는 되새깁니다.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도 제가 아니라 나를 통해 드러날 사랑의 형상임을, 제가 만나게 될 애인에게 필요한 것도 사실은 사랑의 형상이지 제가 아니겠죠. 저라는 개인은 분명 누구를 만나던 상대를 상처 입히고 말테니까요.


이해받는 사람이 되기보단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용납받는 사람보단 용납하는 사람이 되기를.


말하기 보단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웃기보단, 당신의 웃음을 보며 미소하기를.


행동과 생각과 말의 동기들이 언제나 이타적이 되기를.


나를 오해하는 그대들을 향해서 언제나 진심 어린 축복을 건넬 수 있기를.

늦은 밤 지친몸을 뉘인 직후라도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쁨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이렇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존재 자체가 될 수 있기를.

‘나’로선 도저히 그런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저는 ‘나’를 부정합니다. 내가 내키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했다가는 너무나 많은 사람을 찌르고 말거예요. 그럴 바엔 차라리 나를 찌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행동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 내가 즐기기 원하는 모든 생각들. 내가 내뱉는 모든 말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빛내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나를 죽입니다. 당신을 향한 최고의 사랑 표현, 그것은 누구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당신을 위해 쓰러져간 수많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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