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사랑

그저 속으로 삼키는

by 마타


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성격상 차마 먼저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나 켜켜이 쌓인 감정이에요.


당신과 한 번이라도 더 자연스럽게 마주치기 위해 제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당신은 모르시겠죠. 언제나 제 귀는 당신을 향해 기울어져 있고 당신의 입술이 움직일 때면, 금세 주위의 소리는 사라지고 당신의 목소리만 들려와요.


제 눈은 언제나 당신을 쫓고 있고 당신이 조금의 도움이라도 필요로 한다면, 마치 우연인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레, 당신을 돕기 위해 분주해집니다.


혹시나 당신이 다치진 않을까, 제 가방에는 언제나 그대의 손에 붙여줄 밴드를 들고 다니고 혹 당신이 간밤에 아프진 않았을까, 타이레놀도 늘 챙겨놓고 다닙니다. 좋아하는 취향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쳐서 길에서라도 당신이 좋아할 법한 물건이 보이면 어느새 제 손에는 그대를 위한 선물이 들려있기를 여러 차례, 차마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마치 별것 아닌 것처럼 건네주기는 했지만, 제가 한마디 건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대를 떠올리고 있을지, 그대는 알까요?


혼자서 하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오늘도 제 소중한 감정이 당신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노심초사. 오늘도 조심, 또 조심할 뿐입니다.


당신이 나를 향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표해준다면, 마치 해가 뜬 날에 잡초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듯이. 당신 향한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자라, 그 땅을 아주 못 쓰게 하기가 일쑤.


자라나는 마음들을 다듬고 또 경작해서 당신이 편히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초장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감정이라는 잎사귀를 잘라내는 고통을 인내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법, 오늘은 ‘바람이 분다’라는 유명한 노래의 가사가 제 심금을 울리네요.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내 모든 노력이 그대에게는 다르게 적히는 일이 많아 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내 마음의 크기를 당신이 견디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나는 매일매일, 내 감정을 숨기는 일에 몰두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의 모든 일에 도움이 되어주고 싶지만, 당신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밀어냅니다.


심지어는 이런 나의 소중한 마음을 부담이라며, 나를 피하려고도 합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정말로 내가 놔버리면 혹여나 우리 관계가 정말로 끝이 날까 봐. 또 내가 진실을 말하면 당신이 도망쳐 버릴까 봐. 오늘도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나는 많은 마음들을 삼킵니다.


내가 당신에게 왜 부담이 되는지 솔직히 모르겠을 때가 많아요. 당신의 입장에서야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지만, 당신 주변의 그 누구도 나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선대하고 잘해준 사람이 있던가요?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해줬는데, 내게 돌아온 것은 오해와 원망과 미움뿐이네요.


어쩌면 당신 자신이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가 자신을 이만큼이나 사랑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나를 두고 ‘원래 주변인들을 잘 챙겨 주는 사람.’, ‘무언가 내가 못난 부분이 있어서 더 나를 챙겨 주는 거야’, ‘나에게 잘해주는 것은 분명 무슨 속셈이 있어서겠지.’라고 생각하며 날 피하는 걸지도요.


또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세상에 남자는 많다? 그 사람이랑 잘 안되면 인연이 아닌 거야. 너가 뭐가 부족하다고? 짝사랑은 그만하고 다른 사람 찾아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네모난 그릇을 동그란 뚜껑으로 덮을 수는 없듯이, 내 주위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고 좋은 친구들이 있어도 당신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는 다른 누구도 채우지 못해요.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필요한 거예요.


다른 사람의 100마디 위로보다 나를 향한 당신의 관심 한번이 내겐 필요한 거예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내 모든 것을 당신과 털어놓고 내게 있는 아픔도, 슬픔도, 그리고 당신을 향한 사랑도 마음껏 쏟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매일 같이 생각해요. 또 내가 당신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한마디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거쳐서 나온 것인지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내 마음이 정말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언젠간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서는 오늘도 내 마음을 죽여야 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물고 잔잔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최소한으로 말하고 최대한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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