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은 참으로 시끄러운 일들로 가득한 곳이더군요. 어릴 때는 그저 어른이 되어 마음껏 살아갈 날들을 꿈꿨는데, 지금은 오히려 조용하던 그때의 날들이 그리워요.
친구들은 늘 각자의 고민을 쏟아내고 삶의 어려움은 나를 짓누르죠. 학교도 직장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사람들과 나누는 모든 이야기 속엔 삶에 대한 행복과 감사는 찾아볼 수 없고 늘 각자의 힘듦과 불평, 불만을 이야기하며 살아갑니다.
가끔가다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오히려 이상한 시선을 받고 시기와 질투를 받기 십상이니, 어느 순간부턴 그런 이야기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요. 입으로는 축하를 말하면서도 왜들 그렇게 질투심으로 불타올라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요.
그 누구도 제 이야기를 먼저 물어오는 사람은 없고 자신의 짐을 나눠주는데 바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그들의 어려움이, 고통이 그대로 저에게 전해져, 며칠씩 앓기도 한답니다.
사실 뭐, 나라고 그들과 다를 바는 없으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요. 삶이란 분명 복된 것일 텐데, 어째서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새로운 근심과 걱정이 계속해서 생겨나는지.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 너무 바쁜데,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과 정신은 한계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랑의 기쁨과 성취감은 사라지고 책임과 의무만이 남아 나의 신경을 갉아 먹죠.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들은 아니었는데,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젠 지쳐버렸어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때로는 모든 것을 다 놓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냥.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처럼, 조용한 별빛 아래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밤공기를 헤치며 당신과 걷고 싶어요. 오늘 있었던 일을 당신과 나누며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때로는 마음이 맞지 않아, 상처받을 때도 있을 거고 보폭이 달라 숨이 찰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가 내겐 좋았어요.
날 혼자 두지 마세요, 당신을 사랑해서 시작한 일인데. 당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었는데. 내게 당신이 없다면 이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어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의 어둠이라 하더라도 당신과 함께 걸을 때는 오히려 비밀한 사랑을 나누는 우리의 장막이 되었는데, 홀로 걷는 이 길은 너무나 무섭네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너무도 멀고 목적지는 보이지도 않는데 다리에 힘은 풀리고, 깊은 한숨은 멈추질 않아요. 그래도 눈을 감으면 저 길의 끝에서 다시 만나자는 당신의 약속이 떠올라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요. 정말 그 말 한마디만을 꽉 붙잡고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도 그 말 한마디만 붙잡고 나는 계속 걸어가겠죠.
당신은 약속 하나만큼은 아무리 세월이 오래 걸려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는 멋진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그날을 보게 되리라는 당신을 향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부분에서는 마음이 굳건하답니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도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당신이 말한 대로 오늘이 이루어졌으니, 내일도 이루어지겠죠.
그래도, 그래도 말이에요. 난 이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보고 싶어요. 때로는 당신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불안해서가 아니라 그리워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답니다.
세상에 부탁하고 싶어요. 제발 잠시만 조용히 해다오, 제발 잠시만 우리를 떠나다오.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잠깐의 시간만큼은 제발 조용히 해다오.
그래서 때로는 핸드폰을 끄고 스마트 워치도 풀어놓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하나뿐인 나의 사랑. 하나뿐인 나의 친구. 하나뿐인 나의 신랑….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눈물로 다 쏟아내고 이 비밀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들키진 않을까. 소리를 삼켜가며 한참을 그렇게 끅끅 울고 나면, 어느새 내 곁에 서 있는 당신을 볼 수 있죠.
아, 나의 사랑. 이 시간을 정말로 기다렸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다 이야기하는 것만 해도 한나절은 걸릴 거예요. 내겐 당신의 위로가 필요해요. 다른 누구의 위로가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만이 내겐 유일한 위로이기에, 나는 오늘도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삼키기 위해 달려드는 세상의 파도가 문을 두드리지만,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어요. 내가 살기 위해선 이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어요. 내일은 저 파도에 삼켜지더라도 오늘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살 의미를 잃고 당장에 죽어 버릴 테니까요.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