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만하면 되었던 너의 사랑
나는 그대를 먼저 사랑했어요. 그대가 나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을 때, 나는 멀리서 그대를 발견하고 먼저 사랑에 빠졌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비단 같은 머리카락과, 반달 같은 눈동자. 당신이 친구들에게 지어주는 그 미소를 나를 향해 지어줄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어떤 것도 아깝지 않았어요.
당신을 먼저 발견한 뒤로, 내 모든 노력과 발걸음은 그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여정이었죠. 비록 그대가 나를 알아줄 때까진 정말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그 기다림조차도 당신을 향한 사랑이 불타는 듯해, 그동안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대가 나와 사랑하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정리하고, 그대가 나와 함께 거닐 수 있는 정원을 가꾸었어요. 그대가 다칠 수 있는 가시덤불은 내 손이 찔려가며 하나하나 다 꺾어놓았고, 그대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한 꽃도 한 송이, 한 송이 직접 심어 놓았죠.
비록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시작된 이 모든 노력을 그대가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모든 노력이 묻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대가 이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고 내게 관심이라도 가져준다면 그걸로 족한 거 아니겠어요?
황무지가 아름다운 정원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과 기다림, 또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지만, 당신을 향한 사랑을 담아, 땀 한 방울 한 방울을 심는 그 시간이 내겐 찰나와 같았답니다.
그렇게 내 모든 노력은 열매를 맺어, 정원에 가득한 꽃송이가 당신을 향해 향기를 피워올리고, 무성히 자라난 나무 그늘이 더위에 지친 그대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을 때, 당신은 드디어 내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어렵게 이루어진 사랑 때문이었을까요? 그대가 내게 처음으로 관심을 표했을 때. 나는 그대를 위해 준비해두었던 내 전부를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세상의 시끄러운 아우성 가운데도 나를 부르는 당신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언제나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그대의 고백을 들을 때면 그동안의 나의 수고가 빛을 보는 것 같아 정말 큰 위로를 받았죠. 나를 애타게 부르는 그대의 목소리, 내 품에 안겨 나에게 사랑을 말하는 그대의 속삭임은 그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에 큰 충족감을 주었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아요. 나는 당신을 가장 사랑해요.”
알고 있어요. 당신은 나를 가장 사랑했죠.
당신은 나를 만나기 위해 매번 이 정원에 나와주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건 정말이지 맞아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나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나는 당신에게 전부를 주었고 당신만을 사랑했는데, 당신도 그러한가요?
나는 당신이 나를 불러줄 때면, 언제나 달려와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내가 당신을 부를 때,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당신은 여전히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때로는 나의 정원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물론 좋은 일이죠. 모든 것이 다 당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고 어떤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내가 원했던 건 조금 달랐어요. 난 그 정원을 당신과 함께 거닐고 싶었어요. 내가 당신의 목소리에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왔던 건, 내 부름에도 당신이 한달음에 달려와 줬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런데 당신은 언제나 늘 분주하네요. 내 부름에 ‘잠깐만 이것 좀 하고’라고 말할 때가 많아요.
때로는 당신이 하던 것이 너무나 당신을 분주하게 만들기에 그대는 잠시 나를 잊고, 당신을 위해 마련한 정원에서 벗어나 예전의 친구들과 예전과 같은 일들을 할 때가 많죠.
나는 그때마다 다시금 당신을 그리워하며, 이 정원을 혼자 거닌답니다. 분명 혼자는 아닌데, 그대는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정작 나는 외로워요. 이전과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
나는 당신‘만’을 사랑했는데, 그대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모양이에요. 수많은 사랑하는 것들 가운데 내가 ‘가장’일 뿐이죠. 그래서 나와의 관계에서도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를 떠나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하는 거 아닐까요?
심지어는 내가 그대를 위해 마련한 이 정원에서 그대의 옛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멀리서 그대를 지켜보고 있는 나를 찾진 않아요.
나의 모든 발걸음은 그대를 향해 있었는데, 그대는 아닌가요? 당신을 향한 나의 기다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