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난 놀이동산보다 아빠가 더 좋아.

by 마타

“오늘은 아빠랑 놀이동산 갈까?”


“와 너무 좋아요!! 아빠 최고!!”


오늘은 너무나 행복한 날이에요!! 주말이 지나면, 친구들은 모두 아빠와 함께 놀러 다녀온 이야기를 늘어놓았거든요!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늘 부러웠고 풀이 죽기 일쑤였는데, 오늘, 드디어 아빠가 제게도 놀러 가자는 말을 해주신 거예요!


가슴이 벅차오르고 웃음이 웃음을 부릅니다. 너무 신이나 아빠의 손을 잡고 방방 뛰어놀고 있으려니, 이미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벌써부터 친구들에게 놀이동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할 생각에 가슴이 뛰어요. 다들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고 저는 무서운 놀이 기구 앞에서도 늠름했던 저의 모습을 뽐내며 멋진 우리 아빠를 자랑하겠죠. 세상에 우리 아빠 같은 아빠는 없다고, 우리 집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서, 거리를 걷고 골목골목을 돌자. 저 멀리서 놀이동산의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놀이동산은 정말 멋진 곳이더라고요. 친구들이 왜 그렇게 자랑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 맛만큼이나 화려한 모양으로 꾸며진 솜사탕들과 제 얼굴보다 기다란 추로스, 화려한 꽃밭과 그 위를 뛰노는 멋쟁이 나비들. TV에서만 보던 용맹한 맹수들과 아빠보다 커다란 동물들, 친구들의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와 그런 우리의 모습을사진으로 남기는 부모님의 미소. 신나는 놀이 기구들과 푸른 하늘을 장식하는 멋진 풍선들까지.


난생처음 보는 것투성이라, 신비롭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정말 정신없이 놀았답니다.


손에 닿는 것은 다해보고 싶었고 사람들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곳은 어디든지 가보고 싶었어요. 멀리까지 풍겨오는 달큼한 꽃향기에 몸을 담가도 보고 신나는 놀이 기구에 몸을 맡긴 채 스릴을 즐겨 봅니다.


어느덧 푸른 하늘에 붉은 물감이 풀어지고 놀이공원의 소란함도 점차 잦아들 즈음. 저는 즐거웠던 하루의 여운을 만끽하며 사랑하는 아빠에게 말을 건넸죠.


“아빠! 저는 오늘 정말 행복해요! 아빠 오늘 저랑 놀이동산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아빠가 정말 좋아요!”


“...”


“...아빠?”


정신을 차리고 옆을 바라보니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놀란 마음에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언제부터 아빠가 곁에 없었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제 곁에는 함께 웃어주던 아빠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제 기억 속엔 놀이동산의 즐거움만이 남아 있을 뿐, 정작 제 곁에 있어야 하는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아요.


언제나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던 아빠의 모습이 너무 당연해서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처럼 제 곁에 계시리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우리 아빠가 절대로 저를 두고 갈 리는 없는데, 혹시나 먼저 집에 돌아가신 걸까요? 이대로 있을 게 아니라 저도 얼른 집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네요.


...근데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죠?




아빠!!! 아빠!!! 어디에요!! 나를 두고 어디에 간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였던 놀이동산의 풍경이 점점 무채색으로 바뀌어 가요. 아빠 나 추워요. 아빠 나 배고파요! 아빠 나 무서워요!!


붉었던 하늘엔 금세 어둠이 찾아오고 땅거미가 진 놀이동산의 음악은 무섭게까지 느껴집니다.


아빠 미워. 정말 미워. 어떻게 나를 혼자 두고 혼자 집에 가버릴 수가 있어요?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여기까지 데려왔으면 날 책임지란 말이에요.


...


아니…. 아니에요. 아빠 미안해요. 죄송해요. 사실은요. 아빠가 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아빠를 잃어버렸어요. 아빠의 듬직한 손보다 놀이동산의 화려함을 잡은 내가 잘못이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내게로 돌아와요.


엉엉 울며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어 다니다 보니 아침에 아빠와 함께 걷던 그 거리가 보여요.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는데, 놀이동산이 없어도 나는 행복했는데, 제발 아빠. 내게 돌아와요. 내가 잘못했어요.


이제야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요. 분명히 놀이동산에 들어설 때 아빠가 아빠 손 꼭 잡고 절대 놓치지 말라고 했는데, 절대로 혼자 멀리 가지 말라고 했는데, 반드시 아빠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아빠가 제 곁에 붙어 계시리라 생각하고 아빠의 말을 다 잃어버렸어요. 다 제 탓이에요. 아빠 미안해요. 나는 놀이동산도 필요 없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도 다 필요 없어요. 그저 집에서 아빠 품에 안겨 그 거친 수염 속에 내 얼굴을 묻고 싶어요. 그러니 아빠 제발 저를 다시 찾아와 주세요.


저기요. 혹시 제 아버지를 보셨나요? 놀이동산에서의 즐거운 기억은 이미 무채색으로 변해 끔찍한 악몽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제 아버지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누가 아버지께 제가 여기에 있다고 좀 알려주세요. 그럼 그분은 당장이라도 제게 달려오실 거예요. 아니면 제게 제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아버지께 혼이 나도 좋아요. 난 그분께 당장이라도 달려가겠어요.


그저 아버지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이 제겐 너무나 큰 두려움이랍니다. 그러니 제 아버지가 어디에 계신지 제발 알려주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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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