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erella, 나는 재투성이의 아이랍니다.
나는 Cinderella. 재투성이의 아이랍니다.
나를 떠나가세요. 다들 더러운 저를 떠나가세요.
나는 신데렐라, 저주받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재투성이의 아이랍니다. 무엇 하나 봐줄 것 없는, 그 무엇하나 자랑할 게 없는, 그 누구의 동정심조차 사치스러운, 희망 없는 아이랍니다.
거기 당신,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지금은 저를 비웃고 있지만,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요?
나라고 꿈이 없었겠어요? 나라고 계획이 없었겠어요?
누구보다도 멋지게,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내가 하고픈 계획은 다 이루어보리라, 멋진 사랑도, 멋진 직장도 구하고, 나중에는 멋진 회사를 차려서, 배우고 싶은 건 무엇이든 배워서, 세상에 내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게 하리라.
그런데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더군요. 무언갈 하는 족족 길이 틀어막히니, 처음에는 분노했고 다음에는 의구심을 품었으며, 내 마음은 점차 꺾여만 갔죠.
이윽고 내 손과 발은 너무도 짧아 내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은 인생의 화마 속에 잃어버리고, 잿더미 위에 앉아 엉엉 울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를 향해 동정하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며 조롱하기도 했어요.
“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소망하는 것은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는 불쌍한 신데렐라야. 너의 인생은 참으로 볼품없구나. 어디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로구나. 이리 와서 나에게 절이라도 해보려무나 혹시나 내게 있는 작은 동전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잖니?”
그런데 그거 아세요? 상황에 대한 분노가 일어난다는 건 ‘내가 이런 대우를 받는 건 부당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거? 내 상황에 진짜로 좌절하면 분노할 혈기 따윈 진즉에 사라져버린 지 오래고 체념이 되기 마련이죠.
‘그래 나는 이런 대우가 마땅한 사람이야. 잿더미 위의 신데렐라를 누가 사랑해 주겠어?’
불탄 쓰레기들의 악취와 오물 위에서 살고 있는 저의 모습은 그 쓰레기들과 다를 바가 없어서, 그저 하루빨리 이 삶을 마치고 매일 겪는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랬죠.
그러던 어느 날 기묘한 분위기의 한 부부가 찾아와 잿더미 위에 앉아 있는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가여운 신데렐라야? 그 이야기를 들었니? 우리 마을에 왕자님이 오셨단다. 온 마을의 처녀들이 그분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단다. 아무리 너라지만, 혹시 아니? 그분의 눈에 들면 너에게도 희망이 생길지?”
그런 말을 들은 저는 코웃음 치며 비웃었죠. 아니 오히려 화를 냈어요. 헛된 희망을 품는다는 건, 실패했을 때 더 큰 고통을 맛보게 된다는 말이니까요.
'내 아픔과 실패를 알기나 해? 내 아픔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는 하는 것마다 다 실패한다고.'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모든 말은 그 어떤 채찍보다도 저를 아프게 했기에, 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너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겠지, 아니 더 나빠질지도 몰라. 하지만 어차피 변하지 않을 거라면, 왕자님께 나아가 본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지 않겠니?”
“...”
그 말을 들은 저는 저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았어요.
언제 씻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저의 모습과 제대로 된 의복을 입지 못해 긁히고 깨진 상처투성이인 몸. 그리고 오물과 재를, 옷 대신으로 삼아 수치를 가리고 있는 저의 모습.
그런 제가 왕자에게 나아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오히려 괘씸하다고 목이 잘리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추운 겨울밤. 손과 발은 이미 얼어붙어서 추위라는 섬세한 감각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 고통만이 온몸을 엄습할 뿐. 그나마 인생을 바꿔볼 만한 이야기가 겨우 귀에 들어왔는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자 겨울밤 공기에 시린 눈에선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거기 Cinderella야. 잿더미 위의 아이야. 춥지도 않니? 어째서 홀로 그 위에서 울고 있니?”
저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죄다 저를 조롱하기 일쑤였기에, 더는 남의 이야기에 대답하지 않게 된 저였지만, 어쩐지 들려오는 따뜻한 음성이 제 얼어붙은 마음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주는 듯해 저는 몸을 떨었습니다.
“... 왕자님이 이 마을에 찾아오셔서 신부를 찾기 위해 잔치를 열어주신대요. 그런데 저는 보시다시피 꼴이 이래요. 신부까지는 감히 바라지도 않고 그저 그 잔칫상에서 흘러나오는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근데 보시다시피 저는 잿더미 위의 Cinderella에요. 제가 그 경사스러운 잔칫집 근처에 갔다간 제 더러운 모습을 본 경비병들이 제 목을 자르고 말겠죠.”
“가여운 아이야. 누구도 너에게 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않은 모양이구나. 분명 다들 너의 겉모습만 보고 너를 판단하기 바빴기 때문일 터. 왕자님이 찾으시는 신부란 평생을 자신을 사랑해 줄 아리따운 처녀이지, 의복이나 집안이 좋은 처녀가 아니란다. 왕자님께 의복이나 돈이 없어서 신부에게서까지 그런 것을 요구하시겠니? 그 증거로 그분은 이번 잔치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의복과 음식을 제공하시겠다고 하셨단다. 한겨울에 잠깐은 힘들겠지만, 저기 개울에 가서 너의 얼굴 비춰보고 얼굴에 묻은 잿더미나 씻고 오려무나.”
“네? 그게 정말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그 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뿐이겠니? 너가 입을 의복뿐만 아니라, 너가 타고 갈 호박 마차도, 너가 신을 유리구두도 그 모든 것을 왕자님이 제공해 주실 거란다. 대신에 그 잔치에 필요한 유일한 초청장은 너의 마음이야. 너는 앞으로 그분만을 사랑할 수 있겠니?”
“제게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설령 제가 제일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그분의 눈에 들지 않아도 좋아요. 제가 가진 거라곤 제 굶주린 배를 채워주지도 못하는 이 잿더미 위의 오물뿐인걸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 잔칫집의 부스러기라도 먹게 해주신다면, 그분은 저의 전부가 되실 거예요. 지금까지 저의 입술은 신세 한탄이나 할 뿐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분께 사랑만을 고백하며 살아갈 거예요!”
“정말 그렇다면 어서 가서 얼굴이나 씻고 오려무나, 서두르렴? 왕자님의 파티엔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언제나 그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니.”
저는, 제 세상의 전부였던 잿더미에서 일어나, 부르튼 발로 서둘러 개울로 향했어요. 다시는 저리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시는 잿더미 위의 소녀, 신데렐라가 되지 않으리라. 내게 당신의 신부들 발밑으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얻게 해주신다면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 되리라.
서둘러 몸을 씻고 돌아온 제 앞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황금빛의 호박 마차와 아름다운 흰 드레스, 투명한 유리구두가 놓여 있었죠. 무엇하나 처음 받아보는 황송한 환대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려니 신부를 맞이하러 나온 신랑이 호박 마차의 문을 열고 저를 바라보네요.
저는 그 즉시로 고개를 숙이고 그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저에게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무엇하나 가진 것 없는 저에게, 당신은 전부가 되실 것입니다. 신데렐라인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지참금이라곤 오직 제 마음뿐이니 불쌍히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나는 너에게 무언갈 요구할 정도로 궁핍하지 않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신부의 마음일 뿐이다. 오히려 내게 재력이나 집안을 과시하는 신부가 있어봤자 같잖을 뿐. 모든 것을 가진 내가, 가지지 못한 유일한 것은 신부의 사랑이다. 너는 자격이 충분하니 일어나 나의 잔치에 참여하라.”
무자격을 자격으로 여겨주신 그 사랑! 이제 나는, 나의 자격이 된 신데렐라라는 이름을 자랑합니다. 내가 자격 없는 Cinderella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수록, 우리 왕자님의 아름다운 이름이 더욱 높임을 받겠죠.
나는 신데렐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받은, 재투성이의 신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