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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당신의 비탄 어린 외침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태초부터 시작된 그 뿌리 깊은 탄식을 누가 기억할 수 있겠어요?
길을 지나는 그 누구도 당신의 고통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당신의 신음이 마치 언제 어디에나 있는 흔한 도시의 소음인 것처럼 외면하고 지나가기 일쑤였죠.
당신의 외침엔 누구 하나 대답하는 사람도 없고,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어떻게든 사람들을 붙들고 이야기 해보려는 당신에게, 그들은 외면과 모멸만을 주었습니다.
“어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습니까? 도대체 내가 당신들에게 어떤 해를 끼쳤나요? 나의 외로움을, 나의 이 슬픈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까?”
아 애달픈 사람이여, 눈물로 호소하는 당신의 외침을 도대체 누가 귀 기울인단 말입니까? 이 세상에 당신의 편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모두는 당신에게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각자의 실수와 선택의 결과는 모두 당신의 탓으로 돌리고 이유 없는 미움과 원망을 당신께 돌렸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이렇게 된 것은 당신 때문이라고, 당신이 내 삶에 없었다면 나는 내 맘대로 살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이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갔다고, 우리는 당신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제발 조용히 우리를 내버려 두라고.
심지어는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들마저도 당신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이, 그저 가끔가다가 얼굴을 보는 것으로 그들의 알량한 자존감이나 만족시키려고 합니다. 당신을 좁디좁은 방에 가둔 뒤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게 재갈을 물리어 놓고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명령하죠.
그러고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그들이 가둬놓은 당신의 앞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만 줄곧 늘어놓다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가네요.
“너는 이런 사람이잖아? 너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착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는 어떤 말도 하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야 해.”
오랜만에 찾아온 자녀들을 맞이하는 부모님처럼, 두 팔 벌려 모두를 안으려는 당신의 품에 우리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습니다. 당신의 가슴을 찢고 심장을 짓이겼습니다.
그리곤 세상은, 고통에 신음하며 무너진 당신을 바라보곤 모멸 어린 미소를 띤 채, 그들의 연인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며, 한겨울, 즐거운 축제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런 법은 없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보다 못한 나라도 애끓는 마음을 삼켜가며 당신에게 외쳐봅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만도 같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할지라도, 내겐 당신의 목소리가 꿀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내게 말해주세요. 당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세요.
세상 모두가 당신을 알지 못한 채, 알지 못하는 것을 배척하기에 바쁘지만, 나는 당신이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내겐 당신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내게 와서 조금이라도 쉬어요. 내 곁에 와서 당신의 마음을 토로해 주세요.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내 곁에 와서 가만히 기대어 쉬어주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러다가 혹시나 마음에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 무언가를 부탁할 순간이 온다면, 내게 당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겠어요. 변명과 핑계가 아니라 사랑으로 당신에게 대답하겠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당신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쏟겠어요.
추운 겨울날 끝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당신의 곁에선 나는, 세상 가운데 홀로 외칩니다.
“생일 축하해요. 나의 사랑. 나를 위해 태어나 주어 고마워요. 당신은 내게 최고의 선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