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무는 개

'나'를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

by 마타



어둠이 깔린 늦은 시간, 쏟아지는 빗길을 해치며 한 신혼부부가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엄마 선물은 뭘 드리는 게 좋을까?”


“저번에 우리 엄마 선물 구성 괜찮던데, 그 회사 걸로 다시 사가는 건 어때?”


“당신 어머니 해드린 거랑 너무 비슷한 선물로 퉁치는 거 아니야…?”


“이런 건 괜한 모험을 하는 것보다야 검증된 거 사는 게 맞는 거야. 완전히 똑같은 선물 말고 다른 선물 사가면 되지. 우리가 싸구려 선물로 퉁치자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가…? 응? 저게 뭐지? 여보 잠깐!!! 잠깐! 차 좀 세워봐!!”


끼이이-익!!


“...깜짝이야…. 뭐야 왜?! 갑자기 소리 질러서 놀랐잖아! 사고 날 뻔했어!!”


“미안, 미안. 도로 옆에 뭔가 쓰러져 있었어! 못 봤어?”


“어? 못 봤는데?? 뭐가 있었다고?”


아내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남편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우산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한 치 앞도 알아보기 힘든 장대비 속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도롯가에 쓰러져 죽어 있는 하얀 개의 사체였다.


“뭐야…. 내가 방금 밟은 거야?”


“아냐 내가 봤을 때부터 이미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 앞이 잘 안 보이니까. 차들이 모르고 친 다음에 그냥 지나갔나 봐.”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 길에서,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던 강아지와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하여 주행하던 차들이 부딪쳤다는 이야기는, 분명 비극적이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이미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려는 두 사람의 귓가에 자그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낑…. 낑...


“어머! 여보 여기 봐봐! 새끼 강아지가 있어!!”


“...저 죽은 개, 젖이 불어 있네. 엄만가…? 이런….”


“아직 젖도 못 땐 것 같은 어린애들인데…. 가여워라….”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어미 주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숨어 있던 강아지들이, 인기척을 듣고 울부짖으며 풀숲에서 기어 나왔다. 새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갈색 강아지 한 마리. 민가와 멀리 떨어진 이런 노지에서, 비에 맞아 벌벌 떨고 있는, 어미를 잃은 가여운 강아지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누군가가 돌봐주지 않는 이상, 저 아이들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어미의 곁을 따라 가게 되리라.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지나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의 책임은 아니겠지. 두 사람이 어미를 죽인 것도 아니었고 그저 길을 가다 발견했을 뿐으로, 이 세상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들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러나 사람은 눈 앞의 비극을 지나치지 않고 사랑을 배풀 수 있는 존재였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미물이고 오히려 그를 구하기 위해선 많은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필요한 존재에 대한 의무를 굳이 짊어지고야 마는 그런 존재.


한동안 우산을 때리는 거친 빗소리만 들려오고 이윽고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네…. 우리 이 아이들을 데려가자.”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린데?”


“그래도. 우리가 못 보고 지나쳤으면 모를까. 이미 봐버렸는걸. 그리고 얘네도 우리를 보고 숨을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살려달라고 다가와서 울잖아.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버려두고 가겠어.”


“하아…. 그래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이대로 두고 가는 것도 기분이 찜찜할 것 같아. 데리고 가자. 대신 키울지 말지는 그 뒤에 제대로 의논해 보는 거다?”


“당연하지. 내 고집 들어줘서 고마워.”


“고집은 무슨. 일단 얼른 차에 타. 이런 시골길에선 뒤에 다른 차라도 오면, 또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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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강아지들을 정성껏 보살폈다. 빗속에서 추위에 얼마나 떨었을까? 따뜻한 물로 목욕을 마친 강아지들은, 곧장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 들었고 그 틈에 부부는 주위의 마트를 다 돌아다니며, 어린 강아지용 사료를 사 와, 따뜻한 물에 불려 주었다.


기껏 씻어 놓은 뽀송뽀송한 털이 다 지저분해질 때까지, 허겁지겁 사료를 핥아 먹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아내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저 아이들을 입양 보내더라도 해줄 건 다 해줘서 보내자!”


다음날 부부는 강아지들을 근처의 동물병원에 데려가 모든 예방 접종을 놓아 주었고 또 사방에 배변을 늘어놓는 강아지들을 직접 교육해 배변 훈련까지 시켜주었다. 이름도 지어줬다. 하얀 녀석은 믿음이, 갈색 녀석은 마음이.


부부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고, 결국 이 녀석들을 맡게 된 지 두 달 여 만에, 부부는 이 아이들을 직접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오빠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얘 계속 키우는 건? 아직도 입양 보내고 싶어?”


“미운 정도 정이라고, 처음에는 어떻게 키우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똥도 치워주고 병원도 데려 가고 밥도 직접 불려 먹이고 하다 보니, 이제는 얘네가 이상한 사람한테 입양 가진 않을까 그게 더 걱정되네.”


“해해 오빠는 정이 많아서 결국 이렇게 될 것 같긴 했어. 내 억지 들어줘서 고마워~”


“...그래 아이랑 강아지랑 같이 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유튜브나 인스타에 그렇게 예쁘게 사는 사람들 많이 나오잖아? 우리도 당장은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단란하고 재밌게 살아보자!”


강아지들을 거둬준 마음씨 좋은 신혼부부의 가정에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새로운 축복도 찾아왔다. 아내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는 경사스러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누군가는 갓난아이와 강아지를 같이 키우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부부가 어리고 어리석다며 비방하기도 했지만, 부부는 크게 괘념치 않았다. 강아지들을 구조한 건 스스로의 선택이었는데 인제 와서 그 선택을 물린다는 건 무정한 일이었고 당장은 힘들더라도 아이와 강아지들이 함께 자라며 쌓게 될, 예쁜 추억들을 상상하는 것만 해도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서로를 사랑했고 배 속에 아이를 사랑했으며, 그들이 거두어들인 강아지들도 지극정성으로 사랑해 주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강아지들도 육체의 성장을 마치고 부부의 아이도 세상에 태어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무럭무럭 자랄 무렵. 두 강아지들은 처음으로, 그들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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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멍!! 으르르르르---”


쨍그랑--!


“마음아!! 또 그릇 깼어?? 너 도대체 왜 그래!! 아?? 또 아무 데서나 오줌 싸놨네….”


“하아…. 애 키우기도 힘든데 진짜 너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니….”


“아직 애기 강아지라 그런가? 힘이 넘치네…. 나 얘 데리고 산책 좀 다녀올게. 치우는 거 못 도와줘서 미안해 여보?”


“아냐 괜찮아. 우리 아이도 있는데 오줌 마르기 전에 얼른 치워야지.”


부부는 한숨을 내쉬며 강아지의 목줄을 챙겼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여 의기양양한 갈색 강아지, 마음이. 그리고 그런 가정의 분위기를 살피며 하얀 강아지, 믿음이는 귀를 바짝 젖힌 채 마음이의 오줌을 치우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었다.


“미안해 믿음아? 일단 이것 좀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 놀아줄게. 잠시 저쪽에 가 있어?”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 웃음 속에 숨어 있던 엄마의 고통을 놓칠 믿음이가 아니었다. 평화롭던 부부의 가정에 무언가 어긋나고 있음을 감지한 믿음이는 그녀의 말대로 구석진 곳,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 자기 형제가 산책에서 돌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얼마 뒤, 신나게 놀았는지 혀를 길쭉하게 내민 채 바깥 냄새를 잔뜩 묻히고 돌아온 마음이. 믿음이는 마음이가 물을 마시고 기분을 진정시킬 때까지 지켜보다가 가까이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야 마음아! 너 요즘 도대체 왜 그래? 너 때문에 엄마가 다칠 뻔했어!”


“? 그게 뭐? 난 집에 있기 답답해서 그랬을 뿐이야! 엄마 아빠도 아무 말 안 하고 나를 내보내 줬는데 너가 왜 난리야? 너도 나가고 싶어서 그래? 그럼 너도 나처럼 하면 돼! 저기 물그릇이나 엎어봐! 그럼 너도 나갈 수 있을걸?”


“됐어, 나는 그런 식으로 엄마 아빠 마음 아프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너가 해보지 않아서 그래. 얼마나 즐거운데! 처음에만 힘들지! 나중에는 오히려 즐거워! 아니면 내가 대신 해줄까? 가서 너는 앞발만 담그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


“하…. 됐어! 너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구나?”


말이 안 통한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믿음이. 마음이는 그런 믿음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가와 다그쳐 물었다.


“뭐? 그럼 말해줘 봐! 뭐가 문제인데?”


“엄마 아빠가 아니었으면, 우리 진즉에 그 추위 속에서 얼어 죽던 굶어 죽던 했을 거야!! 두 분이 우리에게 어떻게 해주셨는데? 이렇게 굴 수는 없는 거야!”


“하? 엄마 아빠가 뭘 해줬는데? 저 두 사람은 그저 자기가 착하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줬을 뿐이야! 애초에 누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했어? 바라지도 않은 도움을 줘놓고 왜 갑자기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거야?”


“뭐…?!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보따리 내놓으라는 건 너가 하고 있잖아?”


“아니? 난 기본적인 요구만 하고 있을 뿐이야! 다른 집에 갔으면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살려놓고 이런 못난 집에서 키울 거면, 끝까지 그 의무를 다하라는 말이지! 언제든지 내가 산책하러 가고 싶으면 산책시켜주고 심심하면 놀아주고!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거둔 거람?”


“그렇지 않아! 우리 엄마 아빠 같은 분은 없어!! 그 두 분은 우리를 못 본 채 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우리를 구해주신 분인걸! 그리고 우리가 아프지 말라고 병원도 데려다주시고 약도 먹여주시고….”


“아 그 엄청 아프고 괴롭기만 했던 주사라는 거 말이지? 난 그거 없었어도 잘 살 수 있었어!!! 그때는 힘이 없어서 당하기만 했지만, 난 만약 다시 주사를 맞으라고 한다면 엄마건 뭐건 물어버릴 거야! 그리고 이 집을 나가 버릴 거야! 이제 난 그럴만한 힘이 있다고!”


“매일 같이 우리 산책도 시켜주시고 또 먹을 것도 공급해 주시고…!”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게 자신들의 명예에 좋으니까 그런 거지! 그래 놓고 집에 오면 저 맛대가리도 없는 건조 사료라는 거나 먹이고 말이야! 자기들이 먹는 거랑은 다르잖아! 정말 우리를 사랑한다면 자기들 식탁 위에 있는 거나 양껏 먹여주지, 안 그래?”


“아…. 아빠가 가끔 고기 같은 거 나눠주기도 하시는걸! 그리고 엄마가 사람들이 먹는 건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것도 있댔어! 그래서 주고 싶어도 못 준다고 그랬어!”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애초에 우릴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저 두 사람은 사람이야! 우리랑 다른 존재라구! 잘 들어봐 그때 그 길가에서 진짜 우리 엄마를 죽인 것도 차에 탄 사람들이었어! 우리 엄마를 죽여놓고 자신들이 엄마라고 하는 저것들을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오히려 너야말로 어떻게 저들을 믿을 수 있는 건데?”


“오히려 나도 너가 이해가 되지 않아! 도대체 엄마 아빠가 우리에게 어떤 해악을 끼쳤는데? 저 두 분을 왜 그렇게나 미워하는 거야? 우리를 도와줬으면 도와줬고, 또 사랑해 주면 사랑해줬어! 너의 미움은 이유가 없어!!”


“너 말 잘했다? 엄마 아빠가 우리에게 해악을 끼친 적이 없다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혼났는지 기억 안 나? 기억 상실증이야? 배변 훈련할 때도 냄새 묻히고 싶은 곳에 냄새 묻혔다고 혼나고! 밥 먹을 때도 기다려 안 했다고 혼나고! 산책할 때 짖지도 못하게 하고! 애초에 사랑한다면 왜 그런 금기가 많은 거야? 난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왜 굳이 화장실에서만 오줌을 싸야 하는데? 왜 엄마 아빠 음식은 먹으면 안 되는데? 왜 바깥에서도 내 맘대로 짖으면 안 되는데?”


“... 분명 엄마 아빠한테 혼나는 건 두려운 일이야. 그래도…. 그건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랬어. 우리가 엄마 아빠의 보호를 계속 받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 우린 이미 길가에서의 삶을 살아봤잖아? 만약 우리 엄마한테도 우리가 누리는 이런 집과 보호자가 있었으면 그렇게 무참하게 짓밟혀 죽진 않았을거야… 난 그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그 보호라는 것도 잘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서 보호도 받을 수는 없는 거야? 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거지? 내가 행복한 길은 이런 보호가 아니야. 난 자유를 원해!!!”


“넌 자유를 원하지만, 이곳을 벗어나서 누릴 수 있는 건 자유가 아니야. 오히려 이곳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 때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구! 그걸 왜 알지 못하는 거야? 너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는 그 모든 게 다 엄마 아빠한테서 나오고 있는걸…?”


“내가 말했지? 더 나은 보호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야. 우리 외모는 그 어두운 길에서도 돋보일 정도였어! 내가 장담하건대 내가 길에 다시 나서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보호자가 우리에게 나타날걸?”


“그게 어떻게 우리의 외모 탓이야?! 우리가 보호받은 건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조건 없는 호의 덕이었는데??? 제발 우리의 눈높이에서 보지 말고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말이 안 통하네! 그럼 너는 계속 이 답답한 집구석에서 그렇게나 살아! 나는 이제 내 길을 가겠어!”


“뭘 어쩌려구…?”


“난 요즘 우리 엄마 아빠가 우리보다 저 아이를 보살핀다고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야…. 우리도 우리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엄마 아빠가 우리를 돌봐줬는걸…. 이제는 우리가 양보하고 저 아이를 보호해야 할 때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아까 내가 한 거 못 봤어? 아끼는 그릇을 깨뜨리니까 산책을 시켜줬잖아? 만약 내가 저 아이를 물면, 그땐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더 귀하게 대접해 줄 거야! 이젠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이른 사람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어!”


“그건 안돼!! 그건 단순히 사고 치는 거 이상의 일이야! 우리의 삶을 보장할 수 없게 돼!! 그리고 정신 차려!! 넌 사람이 아니야!!! 우린 그냥 죽음에서 건짐 받은 개일 뿐이라구!!”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반려견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우리는 인간과 같이 가는 동격의 존재야!”


“그렇지 않아! 그건 인간들이 우리를 높여줬을 때나 가능한 거지 우리 스스로 사람이 될 수는 없…!”


“됐어! 만약 내 길을 막는다면 내 형제인 너라고 하더라도 용서하지 않겠어!”


“...!!! 제발 그만해 마음아!! 그…. 그만!!!”


으르릉---- 컹! 컹!


왕!! 왕!!! 깨갱…. 깨갱!!! 낑…. 낑…!!


?! 으애앵--!! 응애- 응애….


“무슨 일이야?! 꺅?!!!! 마음이 너 무슨…!!!”




평화롭던 가정에 비명 소리와 함께 핏자국이 흩뿌려진 건 찰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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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뒷 일은 어떻게 됐을까?


마음이의 행동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온 집안을 촬영하던 CCTV에 그대로 녹화되고 있었다. 아이에게 달려들려던 마음이를 저지하다가 온몸에 상처를 입은 믿음이. 그러나 흉포해진 마음이는 끝내 아이의 손을 깨물어 피를 보고야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참상을 확인한 아빠는 그 두 강아지가 난생처음 보는 모습으로 무섭게 화를 냈다. 아이와 함께 엄마의 품에 안겨 있던 믿음이가 보기에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더 무서웠던 건 그토록 자상하던 엄마마저도 마음이를 향한 아빠의 분노를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믿음아!! 잘 봐!! 엄마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 잘 보라고 이게 엄마 아빠의 본 모습이야!! 당신들은 위선자야!! 당신들은 불공평해! 당신들은 거짓말쟁이야!! …그런데 믿음이 넌 왜 그 아이와 함께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거야?”


마음이를 향하여 쏟아진 분노는 집안의 가구들을 몽땅 부술 정도가 되었고 그 작디작은 체구로 그 분노를 도저히 감내할 수 없었던 마음이는 열려 있던 현관문을 통해 달아났다.


“당신들은 처음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어! 이건 불공평해!! 왜 믿음이와 나를 차별 대우하는 건데!!”


끝까지 원망 섞인 말을 쏟아내며 달아난 마음이를 믿음이가 다시 볼 일은 없었다.


마음이가 사라지자 가정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가끔씩 믿음이는 형제인 마음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상상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미래를 예측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주위를 쌩쌩 달리는 차들과 동내를 돌아다니는 개장수들의 마이크 소리, 자신들 보다 몇 배나 몸집이 큰 들개들과 풀숲에 숨어 있는 독사와 진드기들까지.


이 집에 머무는 동안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당연히 보호받았지만, 스스로 집을 나선 마음이에게, 다시 만난 바깥은, 아마 처음 추위에 떨던 길가보다 더욱 가혹한 환경이리라.


“내 사랑하는 형제야, 너가 너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엄마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 봤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텐데. 너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기 전에 돌아섰다면, 이 모든 것을 함께 누릴 수 있었을 텐데….”


부부와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 그리고 가족의 일원이 된 믿음이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속, 그 어디에서도 마음이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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