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맛있는 음식

하루 한 글 쓰기 (7/7)

by 허병상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면 당연히 "엄마가 해준 음식"입니다만, 너무 당연해서 두 번째로 맛있을 음식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것은 "땀흘려 일한 뒤에 사위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 잔"입니다.

이문장은 빠지면 뜻이 통하지 않을 단어 몇 개가 조합된 것입니다.

우선 아들이 아니고 '사위'입니다. 다음은 '땀흘려 일한 뒤'라야 합니다. 이어서 '막걸리'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 사연을 설명하겠습니다.

우리 둘 째 사위는 시골 태생이라서 농사에 취미가 있습니다. 마침 둘이서 한 주에 하루 빡시게 일하면 겨우 돌아가는 크기의 밭떼기가 있습니다.

오늘도 7시 30분에 둘이서 밭으로 나갔습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니까 차안에서 그날 할 일부터 지난 주에 일어난 일들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밭에는 13년 전에 둘이서 함께 얽은 원두막이 있습니다. 도중에 사온 김밥으로 식사부터 했습니다. 디저트로 방금 딴 쪼막만한 수박과 참외를 곁들였습니다. 애플 수박 3포기를 심었더니 10개쯤 달렸는데 오늘 마지막 수박을 따고 줄을 걷었습니다. 그 자리는 봄똥 자리로 예약되었거든요.

우리 둘은 업무 분장이 확실합니다. 사위는 주로 무겁고 힘든 일 담당입니다. 밭을 뒤집고, 20kg 퇴비를 부대채로 들고 뿌리는 일들입니다. 나는 가볍고 힘든 일 담당입니다. 씨를 뿌리고, 풀을 뽑아주고 수확을 거두는 일들입니다. 각자 분야를 마치면 서로 도와주기도 합니다.


요즘은 김장 재료들을 심는 철이라 바쁩니다. 오늘은 배추 모종을 내고, 무우 씨앗을 넉넉히 뿌렸습니다. 두주일 전에 씨를 뿌렸던 열무와 얼갈이는 벌레가 갉아먹어서 농약을 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토마토와 수박 줄기들을 걷고 양파와 봄똥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당근, 쪽파, 토란밭의 풀들을 긁어주는 것은 농부의 자존심이 걸린 일입니다. 풀이 무성하면 이웃 밭 주인이 뭐라고 하겠어요. 채송화, 봉숭아, 코스모스, 메리골드 등등 꽃밭 가꾸는 일은 전적으로 내 차지입니다.


끝으로 고구마 줄기를 까는 일이 남았습니다. 고구마는 잎이 너무 무성하면 영양분이 뿌리로 덜 갑니다. 게다가 고구마 줄기 졸임은 가장 즐기는 여름 별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맹물에 찬밥을 말아서 함께 먹는 맛을 놓칠 수 없죠.

관건은 고구마 줄기가 억세서 껍질을 까주어야 됩니다. 여간 성가신 작업이 아닙니다. 다듬지 않고 가져갔더니 아내가 질겁을 한 뒤로는 반드시 밭에서 다듬어 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욕심을 부렸더니 둘이서 근 두 시간을 깔 분량이었습니다. 장서(丈婿) 간에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모양새가 마치 우물가의 아낙네들 같습니다.

사위든 며느리든, 명칭을 붙였다고 바로 정이 들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하나로 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소위 '케미'가 생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케미가 맞으면 무슨 음식이든 맛있습니다. 더구나 늦은 점심에 곁들인 막걸리 한 잔은 엄마가 해준 음식보다 더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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