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하루 한 글 쓰기 (2-15/36/365)

by 허병상

주어진 제목: 아무튼, "술" (2-15/36/365)

보조할 글 메모: 술 속에 진리가 있다(In vino veritas)


세상의 모든 고민을 어깨에 짊어진듯한 때가 있었다. 요즘 막걸리 두 병에 순대 한접시면 2만원쯤 할까? 그때는 500원이면 충분했다. 가장 맛있는 술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마시는 술, 다음 맛있는 술은 혼자 하는 술이다. 그때 나는 혼자 마시는 술을 즐겼다.


"술은 물이외다. 물은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이외다."

얼큰히 취하면 신촌 로타리를 배회하며 읊조리던 시인데 누가 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맘때였겠다. 서강대 쪽으로 올라오면 2층은 신수 당구장이고 1층에는 서점이 있었다. 술김에 산 국화 한 송이를 어깨에 걸치고,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잭을 담은 책을 찾곤 했다.


술은 좋고 좋은 '음식'이다.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 음식이 맛있고,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 술이 맛있다. 기분이 좋을 때 마시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이때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니면 차라리 혼자 마시는 편이 낫다.

“꽃 사이에 한 병의 술, 홀로 마시니 벗이 없도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초대하니, 그림자와 더불어 셋이 되었네.”

(花間一壺酒,獨酌無相親。舉杯邀明月,對影成三人)

이백(李白, 1127~1279)은 그래서 혼자 술을 즐겼나 보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술을 마실 일이 아니다. 그것은 술이 아니고, 마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도 피해서 해결될 일은 없다. 36계 조차도 나중을 대비해서 하는 일이어야 한다. 술은 기분이 나쁠 때는 마실 일이 아니다. 몸을 망치기 때문이다.


“근심 중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 취한 뒤에는 오히려 슬픔이 더 깊어진다. (愁中莫飲酒,醉後易生悲) - 명(明)나라 때 격언.

술에 대해서는 말도 많다.

"포도주 안에 진실이 있다." 대(大) 플리니우스(23~79 CE)가 그리스에서 전해온 것을 라틴어로 옮긴 말이다.

탈무드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구절이 있다. “포도주가 들어오면, 비밀이 나갔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게르만족이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회의 중에 항상 술을 마신다고 주장했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만 지음)에서 발췌 요약.


"주후토진(酒後吐眞)"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평소 감추던 속마음이 드러난다는 뜻이니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관인어주(觀人於酒, 예기), ‘술을 마실 때 그 사람을 관찰하라’고 하였나 보다.


50년 넘는 동안 술 안마신 날이 몇 날이나 될까?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7,8년은 넘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조물주의 진노를 감지한 결단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술 안마시는 인생이 마시는 인생보다 나은 것 같다. 45:55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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