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뻬릴 Jul 02. 2021

[일본 문구점] 도쿄 미타카역 - 야마다 문구점

일본 레트로 문구 여행의 출발선

야마다 문구점 내부


외국인이 일본의 레트로(retro) 문구류 전문점을 찾을 때,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어 눈에 띄는 곳이 미타카의 야마다 문구점(山田文具店)이다. 도쿄 도심에서 츄오센 전철을 타고 서쪽으로 한참을 나가다 보면 기치조지를 넘어 미타카 역에 도착하게 된다. 기치조지는 일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로 손꼽히는 곳으로, 몇몇 '리스너'들에겐 델리스파이스의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라는 노래로 더욱 친숙할 것이다. 반면 바로 옆 동네인 미타카는 한국인들에겐 별로 유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지브리 미술관을 관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부러 들르는 이가 많지 않은 곳이다. 2018년과 2020년 겨울 두 차례 미타카 역에 내렸을 때에도 한국인의 낌새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미타카 역 남문으로 나와 5분 정도 직진하다 보면,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이 정도 길로 교통량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애매한 너비의 교차로가 나타난다. 그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오른편에 있는 미타카산업 프라자 1층에 목적지인 야마다 문구점이 조용히 앉아있다. 여느 일본의 가게들이 그렇듯 간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초행객은 가게의 외양을 대략이라도 봐 두고 가는 것이 길을 찾기에 유리하다. 요즘은 스트리트 뷰가 워낙 잘 지원되어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긴 하지만, 2018년에는 실수로 와이파이 에그를 숙소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종이지도와 감을 이용해 이곳을 수색해내야 했다.


레트로는 과거와 반쯤 결별한 현재가 있을 때만 향유 가능한 취향이다(6th Feb. 2020)


야마다 문구점은 일본의 여타 본격적인 문구점에 비하면 매우 아담한 크기지만, 이 정도 규모만으로도 레트로 문구점으로 분류될만한 일본의 가게들 중에서는 꽤 큰 편이다. 내부 분위기는 매우 화사하며 아동용 문방구와 성인 대상 문구점을 혼합한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피아노 교재를 본뜬 노트, 도라에몽이 그려진 포스트잇, 담배 모양 연필, 식빵 모양 지우개, 손바닥보다 작은 20개들이 색연필 세트 등 동심을 되살릴법한 아기자기한 문구들이 가득하다. 그런 한편으로 BIC 볼펜과 코히누르 색연필, 델포닉이나 LIFE 노트 등 '어른'들이 문구점에 기대할 법한 기본적인 레트로풍 문구들도 충실하게 갖춰놓고 있다. 일본 여행객이 기대할법한 일본 전통문양의 화지(和紙) 등도 구색을 맞출 정도로는 진열해 놓았다


작고 귀여운, 눈에 거슬릴 만큼 튀진 않지만 소소한 아이디어가 깜찍하면서도 실용적인 소품을 찾는다면 야마다 문구점이 답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문구류 관광을 떠나고자 하는데, 어떤 품목이 특정 가게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도 야마다 문구점을 먼저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당신이 방문한 곳에 마음에 쏙 드는 문구류가 있는데 야마다 문구점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물건이라면, 아마 그 문구류는 그곳에서만 파는 물건일 가능성이 꽤 높다.


야마다 문구점만을 들르기 위해 여정을 짤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근처에 함께 둘러볼만한 곳이라 봐야 다자이 오사무 문학 살롱 정도이며 여행객 기분을 내며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주택가나 도시의 골목들을 한가히 거닐기를 즐기는 타입이라면, 그리고 문구류 애호가라면 야마다 문구점을 시작으로 기치조지의 온갖 숍들을 걸어서 찾아가는 여행 계획을 세워보길 권한다. 분명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날만의 즐거움을 얻어갈 수 있으리라.


하농 교재 수첩과 도라에몽 노트패드를 샀다 (9th Feb. 2020)



야마다 문구점(山田文具店)  

평일 11:00~19:00 / 주말 및 경축일 11:00~20:00

부정기 휴무 (홈페이지 access 참고)

홈페이지 : https://yamadastationery.jp

트위터 : https://twitter.com/ystationery

위치 : 일본 〒181-0013 Tokyo, Mitaka, Shimorenjaku, 3-chōme−38−4 三鷹産業プラザ1F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