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가족>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가노 호코라는 사람의 주체성이다. 그는 세상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솔직히 이야기하며, 원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그것을 '가족'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아들 가노 쓰치는 어머니가 구성해 온 커뮤니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자신의 생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쓰치는 생부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야마 군'이라는 호칭과 '야마 군은 나의 아빠가 아니다'라는 단호한 스탠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싶었는데, 다큐멘터리 마지막 즈음 '야마 군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며 보여주는 야마 군의 가족사진이 참 충격적이었다.
야마 군이 촬영한 '가족사진' 속에서 호코와 쓰치는 잘 웃지 않는다. 카메라 렌즈 너머에 있는 사람이 야마 군이기 때문이다. 사진들을 보면 야마 군이 자신의 가족을 원래의 이상적인 형태로 되돌리기 위한 시도가 바로 가족사진 찍기였고, 그의 가족 만들기 사업은 언제나 실패했음이 보인다.
영화는 사진을 한 장씩 보여주더니, 곧이어 호코가 '침몰 가족' 이후에 만든 새로운 공동체의 모임을 보여준다. 이 장면 연결이 이상하게도 잔인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원래의 가족이 싫어 대안적인 가정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또 한편으로 원 가족의 다른 누군가는 당연히 유지될 것이라 생각했던 가정에서 튕겨져 나온다는 점이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