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의 화장실은 보통 충수만 한 크기이다. 무슨 말이냐면 마치 그것이 생활에 꼭 필요한 장소가 아니라는 듯 정말 필요한 공간만 남겨 두어 방 한 칸 구석에 띡, 붙여놓았다는 뜻이다. 나는 마인크래프트 큐브 하나 정도 크기인 화장실을 사용한다.
거기서 바꿀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건 향기다. 샤워할 때 맡을 각종 바디워시와 샴푸 냄새를 고르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도브 샴푸가 내가 맡은 모든 향 중 최고의 냄새다. 도브는 대개 향이 좋다. 비누도 향이 좋다. 포근한 냄새가 난다. 최근에 울트라 케어를 썼는데, 쓸 땐 효과를 모르겠다가 다른 샴푸로 바꾸어 보니 도브가 좀 더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하다.
트리트먼트는 최근에 잘못 샀다. 다이소에 팔던 어떤 제품이 있었는데 그걸 찾지 못했다. 베이지색 통에 짙은 초록색으로 글씨가 쓰여 있던 거로 기억한다. 향도 좋고 품질도 좋았다. 용량도 넉넉했다. 다음엔 꼭 기억해 내고 구매할 수 있기를. 지금은 엘라스틴을 쓴다.
잠시 비누를 쓰던 때도 있었다. 태국에서 사 온 할머니 비누와 일본의 엉덩이 비누였다. 둘 다 하나씩 집에 남아 있는데, 언제 다시 쓸지는 모르겠다. 엉덩이 비누는 처음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느 날 아주 작아진 비누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그 이후로 줍지 않고 있다. 꽤 오래간다. 태국 비누는 냄새가 독특해서 싫어했는데 익숙해지니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세정력이 훌륭했다.
폼클렌저는 돌고 돌아 퍼펙트휩이다. 컬렉션을 만들 듯 여러 색깔을 써 봤는데 역시 파란색이 제일 무난하다. 초록색은 개인적으로 너무 미끌거렸다. 지금은 화이트를 쓰는데 만족한다.
손세정제는 무조건 아이 깨끗해다. 다른 이유는 없고 이름과 향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팩으로 사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만들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지금 내 아이 깨끗해는 직장 선배가 결혼하며 선물로 나눠준 멋진 핸드워시 통에 담겨있다. 멋있는 척하는 아이 깨끗해인 거다. 향은 파우더향이다.